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의료, 의약 등 보건 서비스 선진화 방향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향후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의료 및 의약 선진화를 놓고 각을 세웠던 재정부와 복지부는 15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용역 결과와 의약 개편 공청회에서도 다시 한 번 정면 충돌하면서 접점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대외 개방에 따른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건 서비스 규제 완화를 통해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며 무조건적인 개방은 부작용만 클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외견상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보건과 서비스 경쟁력 등을 둘러싼 날 선 논쟁이 자리 잡고 있어 접점을 찾으려는 범정부 차원의 중재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정.복지부 '보건 개혁 동상이몽'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최근 보건 서비스 선진화를 놓고 설전을 벌였듯이 양 부처 간에 의료, 의약 개편을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 다르다.

   이같은 입장은 이날 발표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용역 결과에 대한 반응과 의약 개편 공청회를 통해 그대로 표출됐다.

   재정부와 복지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해 공동 발주했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에 대한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두 부처가 연구의 취지와 결과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어 영리병원 도입 논란은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기정사실화할 움직임인 반면 복지부는 파급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분석이 나온 만큼 도입에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도입 여부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는데 이제는 도입방안 논의 국면에 접어들었고 도입 가능성도 커졌다"며 영리병원 도입을 전제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복지부 측은 "KDI는 도입을 전제로 연구에 들어갔지만, 보건산업진흥원은 도입 여부와 별개로 원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했다"며 "분석틀이 나온 만큼 앞으로 도입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구결과 발표가 또다시 논란의 기폭제가 되자 두 부처는 이날 연구결과 발표에 대한 공동 브리핑을 아예 취소하기도 했다. 용역결과가 해법을 찾는 과정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확전의 빌미가 된 형국인 셈이다.

   의약 부문 서비스 개편에서도 첨예한 갈등이 표출했다.

   재정부는 의약 부문 선진화 공청회를 바탕으로 의약 부문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확정해 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 영리법인 약국 허용 등을 관계 부처 조율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재정부가 추진하는 의약 부문 개편 방향이 반서민적이며 친자본적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충환 복지부 의약품정책 과장은 "재정부 등의 주장에 대해 내가 피투성이가 되고 총알받이가 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이해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달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선진화 멀어지나..중재 여부 주목
이번 충돌은 보건 분야 과제는 물론이고 현 정부가 작년부터 힘줘서 추진했던 서비스업 선진화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특히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 제도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추진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서비스업 선진화 없이는 외풍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힘들고, 그만큼 우리 경제의 재도약도 멀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재의 열쇠를 청와대가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0순위 과제로 정한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부 이행과제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집어넣었고,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매월 1차례 운영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주재 회의의 의제로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올라갈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거대 이해관계 집단이 버티고 있는데다 다시 한 번 사회적 논쟁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어서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