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예결위 회의장의 위원장석을 기습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김성태의원이 민주당의원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을 접고 있다.

   한나라당이 17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구성 강행을 시도하고, 이에 민주당이 강력반발해 예결위 위원장석을 점거하면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친박연대와 공조해 예결소위 구성안 의결에 나섰지만 민주당이 4대강 예산삭감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과 함께 `대통령+여야대표 회담' 이후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요구하며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했다.

   예결특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9시35분께 한나라당 단독의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저지하기 위해 예결위 회의장으로 진입,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이후 민노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 민주당의 실력저지에 동참했으며, 위원장석 주변에선 여야 의원들이 대치하며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한나라당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10시44분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개회와 정회를 동시에 선언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계수조정 소위 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야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일단 우리 만으로라도 소위를 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도 "민주당에서 소위 구성에 앞서 4대강 예산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라는 것은 결국 소위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 이라면서 "그간 소위가 최소한으로 활동한 게 11일인 만큼 지금 당장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영수회담 이후 4대강에 대해 민주당이 요구한 국민적 요구사항에 대한 해법을 찾은 뒤에 구성해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한나라당이 오늘 소위 구성을 날치기하듯 결행한다면 민주당은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이시종 의원도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과 관련해 우리가 요구한 범위 내에서 수용가능한 삭감수치를 제공해 줘야 소위 구성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를 불과 14일 남겨둔 이날까지도 예결소위 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예산안의 연내 처리가 더욱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4대강 예산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커 결국 여당이 예산안 단독처리를 시도하고, 야당이 물리적 저지에 나서면서 연말국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을 시한내 처리하지 못해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여야 모두 호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어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정몽준(MJ) 대표가 전날 정국경색을 풀기 위해 제안한 `대통령+여야대표 회담'이 성사될 경우 여야 대치를 푸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3자회담을 계소조정소위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에 부담을 느끼면서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