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는 이밖에도 매일 400㎏이나 되는 곡식 낟알을 뿌려주고 습지 주변의 음식점을 모조리 없애는가 하면 새들이 놀라지 않게 도로 옆에 가림막을 설치, 차량 불빛을 차단시켰다고 한다.
이런 보도내용에 보태진 순천시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개발론자들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이익이 없지만, 머지 않은 시점에 훨씬 크고 지속적인 이익이 생깁니다." 환경단체 회원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 시장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흑두루미에 대한 순천시의 이런 '배려'가 내심 부러웠다.
순천시에 흑두루미가 있다면 인천에도 그에 견줄 만한 철새가 있다. 바로 저어새다. 전세계 2천여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이 새의 세계 최대 번식지가 바로 인천이다. 매년 여름 송도와 강화도 갯벌에는 580여마리가 넘는 저어새들이 찾아와 새끼를 낳는다. 특히 올해는 이 새들이 찾지 않았던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24쌍이나 되는 저어새가 찾아와 번식했다.
그러나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와는 달리 인천을 찾는 저어새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인천시가 지역의 마지막 남은 갯벌인 송도 11공구를 매립하고 강화도 갯벌에도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과 지역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지만 시는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개발론만 고수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송도의 마천루가 인천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인천시 공무원들의 입에서 "당장의 이익은 없지만…"으로 시작되는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