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차 112명, 기아차 54명, 계열사 138명 등 총 304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24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해외 자동차 판매 신장, 일관제철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 금융 부문의 약진 등 올해 거둔 그룹 내 성과를 발전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기존 경영진에 대한 교체폭을 최소화하되 신규 임원을 예년보다 대폭 확충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CEO급 고위임원 4명이 물러나고 실무 책임자에 해당하는 신규 임원들을 대거 보강하는 방식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혀진다.

   승진 대상자는 ▲부회장 2명 ▲부사장 7명 ▲전무 29명 ▲상무 40명 ▲ 이사 96명 ▲이사대우 130명으로 구성됐다.

   부회장으로는 현대차 김용환 사장과 현대모비스 정석수 사장이 선임됐다.

   신임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차 유럽총괄법인장 및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영업본부장을 지내는 등 그룹의 글로벌 사업 전략 추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신임 정석수 부회장은 현대제철 관리ㆍ영업담당, 현대파워텍 대표이사 등을 지내고 2005년부터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현대차 오승국 베이징현대기차 구매본부장, 기아차 이재록 재경본부장, 현대모비스 김순화 앨라배마 법인장, 송창인 품질본부장, 김한수 구매담당, 현대위아 류재우 차량부품사업본부장, 현대제철 김수민 부대설비건설본부장 등은 부사장이 됐다.

   현대모비스에서 3명의 부사장이 승진한 것은 현대.기아차 부품의 세계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확대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여성인력에 대한 발탁 인사도 이뤄졌다.

   현대차 김화자 부장과 현대카드 이미영 부장 등 2명이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그룹에서는 광고업 계열사인 이노션의 김혜경 상무가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으며 이번 인사를 통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에서도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현재 여의도지점장을 맡고 있는 김화자 신임 이사대우는 여성 최초로 지점장을 맡아 판매부문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둔 점을 인정받았다.

   이미영 이사대우는 현대카드 브랜드실장으로 회사 브랜드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 임원의 비율은 연구개발 및 품질ㆍ생산 부문이 40%, 판매 및 마케팅 부문이 30%를 차지하고 있어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연구개발 파트 인사들의 승진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점하는 데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위기 상황 속에서 총력 판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판매 및 마케팅 부문 역시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그룹 측은 "각국 자동차 세제 지원이 종료되는 내년은 수요 급감으로 업체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연 경영 체제를 갖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형 기술을 확보하는 취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 앞서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김치웅 현대위아 부회장, 팽정국 현대차 사장,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 등 그룹 내 부회장 및 사장급 고위임원 4명이 지난주 해임통보를 받고 퇴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