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는 사무실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하는가 하면 중개업소를 사이에 두고 매수·매도자간 치열
한 눈치작전을 벌이는 등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 시장에 진풍경이 연출되
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8일 대치동 일
대 중개업소가 사무실 셔터를 내린데 이어 10일에는 도곡동, 역삼동, 잠실
동 등 강남지역 일부 중개업소들도 일제히 사무실에서의 영업을 중단했다.
업자들은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자신들을 지목하는듯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당분간 휴업에 돌입했다는 주장이지만 최근 가격 폭등 지역을 중심으
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반이 들이닥친다는 소문에 따라 일단 소나기를 피해보
자는 심리에서 사무실 문을 닫은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강남구 도곡동의 모 중개업자는 “세무조사반이 뜬다는 소문이 나면 지역별
로 일단 문을 닫고 있다”며 “지난 10일에는 세무조사반이 도곡동으로 온
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중개업자가 셔터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일부는 사무실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폰과 연결, 재택근무 형식
으로 매매 상담을 벌이기도 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무실 아닌 제3의 장소에
서 삼삼오오로 모여 향후 상황의 진전이나 대응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또 사무실 문을 열어놓았더라도 여직원만 남겨둔 채 사장은 자리를 비운 경
우도 허다한 상황이다.
대치동 모 중개업소 여직원은 “사장이 아침에 잠깐 출근했다가 곧바로 외
출해 버렸다”면서 “문의가 들어오면 핸드폰으로 다시 연락을 해 상담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대책 발표 이후 일선 중개업소에는 매도.매수자로부터 가격 문의
는 가끔씩 오고 있지만 실제 매물이 나오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고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전무한 상황이다.
대치동 청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도자는 현 시세보다 높게 팔 수 있다
면 매물을 내놓겠다는 입장인 반면 매수자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
고 있다”며 “사실상 거래가 한달 전부터 아예 끊긴 점을 고려하면 양자
간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잠실동 중앙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저밀도지구 일부 아파트의 경우 1천만
원 가량 매도호가가 내려갔다는 소문도 있지만 한 매수자는 지금보다 5천만
원 이상 가격이 내려가야 살 수 있다는 의향을 전해왔다”면서 “아직은 상
황을 조금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정부대책 발표로 가격상승 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서로 눈치작전을 벌이며 관망세로 돌아
선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부 발표의 실제 영향력은 다음주나 돼야 알 수 있
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