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첫 수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ㆍ건설ㆍ운영하는 기술력은 공학기술의 총아라고 할 만큼 기술과 지식이 집약된 첨단 분야여서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이 성사되면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우리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전수한 선진국과의 경쟁을 뚫고 수주에 성공할 경우 과학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력이 뒷받침된 쾌거라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원자력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 원자력 기술은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했던 중점 과제였다.
 
   우리나라는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을 시작으로 1958년 원자력법을 제정ㆍ공포, 원자력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초기엔 미국과 프랑스 등 선점 국가에서 전해주는 기술을 배우는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꾸준한 정부의 지원과 우수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급성장, 50년만에 원자력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설계부터 가동까지 '원 스톱'으로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원자력 발전은 원리가 되는 핵물리학뿐 아니라 기계, 전자, 전기 등 공학의 전 분야를 망라한 200만개 기기가 빈틈없이 맞물려야 정상 운전되는 첨단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는 것은 그 나라 공학의 전 분야가 골고루 성숙했다는 방증이기도 한 셈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원전은 수십 년간 운용되고, 한 나라 산업기반이라는 점에서 수입하는 처지에선 가격 차이보다는 결국 기술력을 보고 입찰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중요한 계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앞으로 세계적인 원전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열릴 텐데 이제 우리도 그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력의 승리 = 우리나라의 첫 원전 수출국이 유력한 UAE는 공교롭게도 우리에게 '아픈' 기억이 있는 나라다.
 
   올해 초 수년간 공을 들인 고등훈련기 T-50 입찰 경쟁에서 이탈리아에 밀려 아쉽게 탈락한 곳이 바로 UAE다.
 
   고등훈련기나 원전 수출은 수조∼수십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인데다 수입국의 안보, 산업 인프라와 직결되는 탓에 수출 뒤에도 꾸준한 양국 간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한 민간 업체의 '영업'으로 성사될 사안이 아니다.
 
   이런 대형 국제 입찰이 시작되면 '기술력보다는 국력'이라는 속설이 공공연히 사실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번 UAE 원전 입찰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했던 미국과 프랑스는 모두 UAE와 경제분야 뿐 아니라 군사기지가 UAE에 있을 정도로 밀접한 국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초 UAE가 원전 유치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UAE를 방문, 정상회담을 하고 원전기술 협력을 맺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출발은 미국, 프랑스보다 늦었지만 가격 경쟁력뿐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률, 불시 정지율 등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정부가 긴밀하게 외교 총력전을 벌였다"라고 말했다.
 
   관련 부처 간 혼선때문으로 알려진 고등훈련기 T-50 수출 실패가 원전 수출엔 오히려 '약'이 된 느낌이다.
 
   ◇원전 수출 파급효과는 = 관련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원전 계약 규모는 직접 건설 비용이 200억 달러, 완공 뒤 운영, 연료봉 공급, 폐기물 시설 등 후속 부문이 200억 달러 등 모두 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직접 건설비용 200억 달러는 원화로 22조원 정도로 NF소나타 100만대 또는 초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A380 62대, 30만t급 유조선 180척의 수출 가격과 맞먹는 엄청난액수다.
 
   또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인원만 해도 11만명으로 예상되는 데 최종 성사될 경우 국내 고급 원자력 관련 기술 인력이 대규모로 UAE로 향할 전망이다.
 
   이런 정량적인 효과 외에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라는 영예를 안게 돼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상승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원유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국가인데다 이란을 제외한 중동지역 최대 수출국으로 향후 안정적인 외교 관계가 필수적인 주요 국가다.
 
   원전은 수출만으로 끝나는 다른 상품과 달리 운영하는 수십년간 수출국의 수입국에 대한 기술 지원, 노하우 전수 등을 위해 한-UAE 양국 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매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