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시간) 아부다비미래에너지공사(마스다르)를 방문해 술탄 알 자바 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가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물밑에서 수주지원 외교를펼친 이명박 대통령의 '숨은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원전 수주 지원외교는 지난달 초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UAE 원전 수주가 사실상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 즈음 이 대통령은 이번 입찰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UAE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大) 산유국이지만 원유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수십 년 뒤 포스트 오일(post oil)시대를 지금 준비해야 하며 그 인프라, 즉 원자력과 첨단 정보통신, 인력양성의 상생협력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양국 정부가 이번 원전 프로젝트 협상을 계기로 그간의 자원 중심 협력관계에서벗어나 향후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형제국과 같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지난달 이후 6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를 통해 설득 노력을 펴면서 한국의 열세였던 수주전의 양상은 중립, 그리고 우세 쪽으로 점점 바뀌어갔다.
 
   이 대통령은 또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과 UAE간 정부 차원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6월 UAE를 방문, UAE 정부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지난달 중순 다시 UAE로 서둘러 파견했다.
 
   이 대통령은 UAE에 방문 계획을 타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돌아온 직후 UAE로부터 '방문해도 좋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성의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26일 아부다비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와 면담했다. 이 대통령 역시 27일 모하메드 왕세자가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탄소배출 제로(0)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를 예정에 없이 방문, 화답했다.
 
   이러면서 지난 5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선두로 나섰던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전 건설 분야의 선두권에 서 있었고 아부다비가 독립 직후부터 프랑스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도 프랑스가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
 
   UAE는 군사무기를 프랑스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고 아부다비에 루브르 분관을 건설하는 13억달러 프로젝트도 실행중이다.
 
   만약 한전 컨소시엄이 UAE 원전을 수주한다면 이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가 될 전망이다.
 
   30년전 이 대통령이 대표로 재직하던 현대건설은 고리 1,2호기 건설했을 당시 하청업체로, 건설기술을 전적으로 세계 최대 발전설비 건설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해야 했지만 지금은 웨스팅하우스가 한전 컨소시엄의 하청업체로 참여하고있기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단 하나라도 선진 기술을 더 얻어내기 위해 현대건설 회장으로서 웨스팅하우스 부사장과 치열하게 담판을 벌였던 일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회의에서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기술로 세계에 진출하는 원전 수출국의 첫발을 내딛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