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이번 입찰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하메드 빈 자에드 알 나흐얀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UAE 원전 수주가 사실상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UAE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大) 산유국이지만 원유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수십 년 뒤 포스트 오일(post oil)시대를 지금 준비해야 하며 그 인프라, 즉 원자력과 첨단 정보통신, 인력 양성의 상생협력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지난달 이후 6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를 통해 설득 노력을 펴면서 한국의 열세였던 수주전의 양상은 중립, 그리고 우세 쪽으로 점점 바뀌어갔다.
그리고 지난 6월 UAE를 방문, UAE 정부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지난달 중순 다시 UAE로 서둘러 파견했다.
이 대통령은 UAE에 방문 계획을 타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돌아온 직후 UAE로부터 '방문해도 좋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성의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지난 26일 아부다비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와 면담했다. 이 대통령 역시 27일 모하메드 왕세자가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탄소배출 제로(0)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를 예정에 없이 방문, 화답했다.
이러면서 지난 5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선두로 나섰던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전 건설 분야의 선두권에 서 있었고 아부다비가 독립 직후부터 프랑스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도 프랑스가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
UAE는 군사 무기를 프랑스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고 아부다비에 루브르 분관을 건설하는 13억달러 프로젝트도 실행중이다.
만약 한전 컨소시엄이 UAE 원전을 수주한다면 이 대통령에게도 적지않은 의미가 될 전망이다.
30년전 이 대통령이 대표로 재직하던 현대건설은 고리 1, 2호기 건설했을 당시 하청업체로, 건설기술을 전적으로 세계 최대 발전설비 건설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해야 했지만 지금은 웨스팅하우스가 한전 컨소시엄의 하청업체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