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1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 총지출(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정부가 제출한 291조8천억보다 1조원 증가한 292조8천억원으로 전격 의결했다.
이날 표결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이 참여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여야간 합의처리 원칙을 깨고 예산안을 단독처리한 데 대해 의장석 주변에서 강력 항의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새해 예산안은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7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국회는 또 야당 의원들이 예산안 의결 뒤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전 심사기간을 지정한 국세기본법 등 예산부수법안도 직권상정을 통해 통과시켰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날 예산안 파행 처리와 관련, "원천 무효"라고 맹비난했고, 국세기본법 등 예산부수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정국이 급격히 냉각될 조짐이다.
특히 다음달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멀게는 `6.2 지방선거'에 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처리와 관련, 당초 여야는 핵심 쟁점인 4대강 예산과 일반 예산을 분리하는 `투트랙 협상'을 벌여왔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예결위 회의장을 옮겨 기습 통과시킨데 이어 본회의에서 전격 처리했다.
앞서 국회는 김 의장의 예산부수법안 9건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이 이날 법제사법위 산회 후 이뤄지면서 여야간 법적효력 공방 속에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가 오후 4시→오후 6시→오후 8시 등 세차례 순연됐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오늘 통과되지 않으면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그래서 부득이하게 늦게 본회의를 개회하게 됐고, 오늘 처리하지 못하면 차수를 변경해 내일 개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위해 `공휴일인 1일자 본회의 개회건'을 상정해 표결을 통해 의결하는 전례에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통과된 새해 예산안은 내년도 총지출(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기준 정부 원안인 291조7천804억원보다 1조355억원 순증한 292조8천159억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4대강 사업예산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3개 부처의 사업 예산 중 4천250억원을 삭감, 당초 정부가 제출한 5조2천852억원에서 8.0% 줄어든 4조8천602억원으로 조정됐다.
한편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70여명은 본청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참으로 참담하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 요구에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이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국회법은 완전히 유린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