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14일 신성장 부문으로 부상하고 있는 무선인터넷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와 시장 활성화 의지를 밝힌 것은 그동안의 방어적인 모드에서 탈피해 공세적인 모드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동통신 부문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해왔으나 기반 약화의 징후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되는 가운데, 무선인터넷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선 성장은 차치하고존립 기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절박감도 읽힌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유.무선 시장 리더십 유지를 올해의 주요 경영 목표로 꼽았다.
하성민 SK텔레콤 MNO CIC 사장이 "빠른 기술성장 속도와 사용자의 요구 증대가 맞물려 우리가 꼭 변해야만 하는 환경이 도래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인식을 대변한다.
그는 "회사 내부의 성장 요구도 충족하기 위해 무선 데이터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것"이라며 무선인터넷의 도도한 흐름에 끌려가기 보다는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돌파 전략의 요체는 무선인터넷 시장의 '개방' 화두를 과감히 수용, 사용자의 편의 확대와 비용 절감을 이루겠다는 것.
구글이 내놓은 현존하는 가장 개방적인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대거 내놓겠다는 계획이 그 핵심이다. SK텔레콤은 올해 내놓을 휴대전화 15종 가운데 12~13종에 안드로이드 체제를 채택할 예정이다.
또한 음원에 걸었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해제와 자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T스토어' 개방, 컴퓨터와 휴대전화간 데이터 통신(사이드로딩) 자유화, 망개방,통신비 절감을 위해 여러 기기를 통한 데이터요금을 일원화하겠다는 등 방안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SK텔레콤의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운영행태에 대한 이용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업자들간 무선랜 개방을 유도함으로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와이파이(Wi-Fi) 망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T스토어의 개방에 힘입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SK텔레콤은 기대하고 있다. 또 개발자들이 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수익배분 구조도 개방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하 사장은 "올해 1만5천명 수준인 개발자가 2년 뒤에는 네 배 수준인 6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이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하고 국가경쟁력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그간 주저해온 망투자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또 와이파이망에대한 투자도 공용 장소 등을 중심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하 사장은 최적의 멀티 네트워크를 운용하겠다는 목표 아래 "WCDMA 기지국 1천개 이상을 증설하고 3G 첨단 기술인 'HSPA+'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와이파이와 와이브로 망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늘어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WCDMA에 와이브로를 얹은 겸용 휴대전화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은 SK텔레콤이 외면해왔던 와이브로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텔레콤으로선 KT가 와이파이 확대와 더불어 와이브로망 확충에 나선 데 대해 어떻게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면도 있다. 4G로의 통신망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 와이브로보다는 차세대 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 투자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는 2013년 이후에야 휴대전화에 탑재 가능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유통망 변화도 꾀하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 대리점을 다양한 휴대용전자기기의 종합적 유통 창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올해 요금제 인하보다 데이터 정액제 등을 통해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와 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추가 요금 인하에 대해 선을 그었다.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아이폰 출시로 화두를 선점한 KT와 상승작용을 하면서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의 빅뱅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가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