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자들의 새해 첫 접촉은 결국 가시적인 성과없이 마무리됐다.
 
   19~20일 개성에서 진행된 해외공단 시찰 평가회의는 신년 초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교환한 양측이 올해 첫 당국간 만남을 가진 자리였기에 향후 남북관계 전망과 맞물려 시작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회의에서 개성공단 선결과제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고, 개성공단 실무회담 개최에 합의할 경우 올해 남북대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이란 기대도 제기됐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19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만난 남북한 당국자들은 오후 2시10분부터 3시간여 각자 시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담은 발제문을 읽고, 개략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날 북측 당국자들은 개성공단 현안 외에 별다른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는 등 매우 실무적이고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양측이 차기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논의할 공단 현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의를 벌인 20일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 측은 당초 20일 오전 2시간여 마무리회의를 갖고 차기 회담 일정을 잡으려했지만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을 의제화하자고 요구하면서 회의는 '마라톤 협상'으로 변한 것이다.
 
   기업들의 부담으로 직결되는 근로자 임금 인상의 경우 당국끼리 협의할 계제가 아니라는 게 우리 측 입장이었다. 또한 작년 9월 임금 5% 인상안에 이미 합의한 상황에서 다시 임금 인상을 논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지만 결론 도출이 어려워 보이자 우리측은 밤 10시께 회의를 마무리하려 했다. 통일부는 밤 11시께 회의가 끝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기자단에 배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북측은 막판 귀환 채비를 마친 우리측 당국자들을 붙잡아 세우며 회의 속개를 요구했고, 우리측이 이에 응하면서 회의는 20일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합의 없이 종료됐다. 현실적인 목표로 삼았던 개성공단 실무회담 개최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이다.
 
   일단 북한이 근로자 임금인상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시 들고 나옴에 따라 향후 개성공단 관련 대화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이번 회의에서 개성공단 현안에 집중하는 실무적인 태도와 함께 개성공단 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후속 협의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즉 북한이 통행.통관.통신 등 3통 문제와 근로자 숙소 건설 문제 등 해결가능한사안부터 협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를 당장은 거부했지만 향후 그들 내부의 협의과정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