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에 따른 가계대출의 부실화에 대비해 은행권에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지시하는 등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작년말 현재 기업대출을 웃돌 정도로 급팽창한 가계여신이 최근 부동산시장의 급변에 따라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31일 “각 은행에 가계여신 약정한도 범위내에서 충당금 적립규모를 상향조정하도록 했다”며 “특히 모든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부동산가격 하락에 대비토록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여신 폭증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었다.
최근 국세청의 강남지역 세무조사 등 부동산가격 폭등을 진정시키려는 정부의 시책과 함께 향후 경기변동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일반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가계여신(가계대출과 신용카드채권의 합계)이 차지하는 비중이 46.8%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99년말 25.9%에 머물던 국내 은행권의 가계여신 비중이 2000년말 35.5%로 상승한데 이어 지난해 무려 11.5%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미국 은행의 최근 10년간 평균 가계여신 비중인 43%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가계여신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충당금 상향조정 외에도 은행 건전성 평가때 가계여신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한편 가계대출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은행의 가계대출이 많으면 총액한도대출을 적게 받도록 기준을 바꿔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억제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