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찾아간 서울 강남의 R어학원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직원 3명이 카운터를 보고 있었으며 SAT 수업에 대해 문의하자 지금은 SAT 수업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외유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수업을 받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
학원 측은 더 할 말이 없으니 돌아가라며 등을 떼밀었다.
R어학원은 23일 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지를 빼돌리려다 구속된 장모(36)씨가 강사로 근무하는 곳이다.
R어학원 건물의 경비원은 "이거 터진 거 학원한테 수억원짜리 광고해주는 거야. 시험에 나올 문제 미리 빼준다는데 학부모들이 어떻게든 애들 보내려고 하지 않겠어"라며 혀를 찼다.
1년에 7번 치러지는 SAT의 국내 응시생은 매회 1천명 안팎이며, 강남 일대에 SAT 학원 1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기업의 형태를 갖춘 곳은 40곳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국 고등학교의 방학기간인 6~8월, 12월초~1월 중순에 맞춰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었다 사라지곤 한다.
수업료는 학생수와 1회당 수업시간, 지역에 따라 월 100만~500만원 선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SAT학원은 30~40명 정원에 주 5일, 1회당 3시간 수업을 하면서 한달에 100만원을 받고 있으며, 수강생 20명 규모 수업의 경우 한달에 200만원을 받고 있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쪽은 비슷한 수업이 월 500만원까지 치솟는다. 압구정동의 B어학원은 하루 3시간씩 주 6일 수업을 하면서 일주일에 150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스타강사의 개인과외는 `부르는 게 값'이다. 소수의 유능 강사들은 학원수업 외에 주말에 개인지도를 하는데 개인지도비용은 학부모와 강사가 합의하는 선에서 결정된다.
스타강사의 개인지도 비용은 학부모와 강사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한달에 2천만~3천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태국에서 SAT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모(37)씨의 경우 1회에 280만~300만원씩 한달에 10차례 이상 개인과외를 해 월 3천만원 이상을 챙겼다.
스타강사가 되는 관건은 기출문제의 신속한 확보 여부다. 경찰에 적발된 장씨나 김씨처럼 문제지 자체를 유출하지는 않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문제를 외워오게 하는 것은 SAT 학원계에서는 관행이다.
대치동 A어학원장 김모(50)씨는 "족집게 스타강사라는 입소문만 나면 한달에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보니 기출문제를 확보하려고 무리한 방법을 쓰는 강사들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적으로 문제유출이 이뤄지다보니 SAT 학원들은 경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는 수사범위가 장씨와 김씨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누가 수사선상에 오를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감돌면서 학원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강남 `스타강사' 되려면 문제유출 필수
"한달에 수천만원 벌 수 있다 보니 무리수"
입력 2010-01-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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