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전 사장인 곽영욱(69.구속기소)씨가 수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사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믿을만한 정관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곽씨는 한 전 총리의 수뢰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1천만원대의 일제 골프채를 구입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1년 1월29일 초대 여성부 장관에 취임했으며, 2003년 2월27일 환경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곽씨는 1998년께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각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이 되자 "이제 장관이 됐으니 골프도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골프채를 사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곽씨는 한 전 총리와 함께 골프숍으로 가서 골프채를 구입한 뒤 그 자리에서 건네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해당 골프숍 업주 등을 상대로 곽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이 부분을 캐물었으나 한 전 총리는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8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의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곽씨의 이런 진술이 담긴 증거 목록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고, 한 전 총리 측도 검찰이 이런 내용의 곽씨 진술을 확보한 사실을 아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수뢰 의혹을 부인하는 만큼 곽씨의 골프채 관련 진술을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와 금품전달 정황을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로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는 복수의 정치권 인사 등을 상대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으나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사실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인 조광희 변호사는 "그거(골프채 관련 진술)는 여러 복잡한 맥락이 있고, 대단히 오해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저희의 입장이 정확히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와 별도로 한 전 총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한명숙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원회'의 양정철 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곽씨에게서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고 횡령 혐의로 구속된 곽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총리공관에서 곽씨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편지봉투 2개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