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폐 개혁을 단행한 이후 물가와 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물품 거래마저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도 전면 중단되면서 아사자들이 속출하는 등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북한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丹東)의 대북 소식통과 무역업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행된 화폐 개혁 이후 북한 당국이 고시한 쌀 1㎏ 가격은 30원이었으나 최근 신의주에서는 3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함경도 등 외지 물자 반입이 어려운 산간지역에서는 4천 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북한 당국이 화폐 개혁 초기 ㎏당 45원으로 고시한 돼지고기 가격도 신의주에서 800원까지 올랐고 일명 '고양이 담배(크레이븐 A)'는 화폐 개혁 초기 20원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갈수록 물가가 오르자 북.중 보따리 무역을 하는 화교나 북한 무역일꾼들이 물건을 확보하고도 시장에 내놓지 않아 값이 더 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북 무역을 하는 단둥의 한 화교는 "하루가 지나면 값이 오르는 마당에 누가 물건을 내놓겠느냐"며 "북한 무역상들이 지금 팔면 손해라고 생각해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 가고도 쌓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교는 "신의주에 있는 친척이 최근 쌀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며 '신의주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나왔다'고 하더라"며 "함경도와 평안도 산간지역에서 아사자가 많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나돌았지만 단둥 너머에 있어 물자 확보가 비교적 수월한 신의주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북한의 물자 수급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화폐 개혁 이후 외화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환율은 더욱 가파르게 뛰고 있다.
북한이 고시한 공식 환율은 달러당 98원이지만 최근 단둥을 방문한 중국의 한 대북학자는 대북 무역상들의 말을 인용, "지난달 말 신의주 암시장에서 달러당 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1만 원에 거래되던 것은 옛날 얘기로, 1일 평양에서는 5만 원, 신의주에서는 8만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100대 1로 이뤄진 북한의 화폐 개혁 이전 암시장 환율은 달러당 4천 원 안팎이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신화폐는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미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은 '휴짓조각'이 돼버린 셈이다.
북한 당국이 뒤늦게 1일부터 외화 사용을 허용했으나 100달러를 교환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등 통제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무역상은 "무역은행뿐 아니라 내화(북한 돈)만 다루던 조선중앙은행에서도 달러 환전이 허용됐다"며 "그러나 환전 통제가 엄격해 10달러를 교환하던 신의주의 한 대학생이 출처를 밝히지 못해 퇴학 조치되고 노동단련소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화폐 개혁 이후 민심을 얻기 위해 '임금 100배 인상' 조치를 단행했으나 이마저도 2개월을 버티지 못한 채 최근 들어 임금 지급을 중단했다.
임금 인상 조치에 화폐 개혁을 반겼던 농민과 노동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임금지급까지 중단되자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최근 앞다퉈 중앙 당국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민생고를 해결해달라는 '신속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화폐를 발행하고 싶어도 찍는 데 소요되는 돈이 없어 찍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당연히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처지로 현재 북한의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만용 박사는 "북한 내부적으로 물자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화폐 개혁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시장과 외환시장마저 통제하는 바람에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北 물가폭등.임금 지급중단..사태 심각"
치솟는 물가에 거래 실종..달러 환율 천정부지
입력 2010-02-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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