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경인일보=]인천경제자유구역이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이 태어난 지 6살이 됐지만 성장이 늦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술을 구상중이다. 시기는 올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의 맏형격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아버지(인천시)의 특별한 배려로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지의 청년들과 겨루기에는 힘이 너무 부족하다. 언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 걱정과 고민이 많다. 다른 나라의 아이들은 어느덧 리더그룹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나마 성장이 빠르다는 인천의 대표주자조차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부는 이번에 비장의 카드를 내놓았다.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히고 수술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청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그동안 수차례 수술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돌파구를 특별지방자치단체 전환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지난 2005~2007년 경제자유구역을 특별지자체로 전환해 정부가 직접 업무를 챙기는 쪽으로 일을 추진했다가 인천 등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물러서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을 아예 바꾸진 않았다. 지난해 슬그머니 특별 지자체 전환과 관련, 또 다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가 분란을 초래했다. 경제구역청장 임명권을 시·도지사가 아닌 정부로 하려다가 강한 반발이 나오자 개정안을 수정하는 촌극도 연출됐다.

정부는 우선 경제구역청장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광역단체장의 권한인 개발관련 인·허가, 외국인 투자 유치업무에 관한 조례 및 구역청 조직, 예산 등에 관한 기본운영 규정 제정권한을 경제청혁에게 넘기고, 개발계획의 변경신청 및 실시계획 승인권한 일부 등의 권한 부여도 검토중이다. 재정력 강화를 위해 독립적인 예산회계 신설, 구역청장 명의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고, 개발이익 및 수수료 등 세외수입을 구역청 회계로 귀속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구상안은 실제로 경제자유구역을 특별지자체화하려는 의도라고 인천시는 분석하고 있다. 시는 독립적 회계예산으로의 개편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개발지역 주변의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서 인천시와의 재정적 협력관계가 단절되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에 혼신을 쏟아부은 안상수 인천시장은 연초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인천은 상하이, 싱가포르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들 도시와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경제자유구역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외국교육기관·병원 유치제도 개선, 경제자유구역 내 개발부담금 감면, 서비스업 분야 외국인 고용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인프라는 인천시가 힘을 쏟고 있으니 중앙정부는 각종 규제, 제도 개선 등에 주력해 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6년동안 전국 3곳의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실적은 83조2천억원. 이 가운데 70조원 정도가 인천의 실적이고 나머지 2곳이 6조~7조원 수준에 그쳤다. 특히 그동안 맺은 투자유치 MOU(양해각서) 48건 중 9건은 취소됐다. MOU보다 낮은 단계인 LOI(투자의향서)는 전체 52건 중 19건이 취소됐다고 한다. 국내의 관련 제도가 미흡하거나 사업 여건이 바뀌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정치 논리에 휘둘려, 균형발전론에 발목이 잡혀 또 다른 미숙아만 태어나게 했다. 우리의 법과 제도는 특별한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아왔던 것이다. 일반법으로 전락한 경제자유구역법은 각종 개별법과 충돌하면서 개발계획 승인 및 실시계획 승인의 법정처리 기간이 270일이나 된다. 수술을 하려면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