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정식 (사회부장)
[경인일보=]지난해 12월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안성 이동희 시장은 최근 징역 1년을 구형받고 오는 18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시장은 안성시장 후보 신분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2006년 5월 용인에 있는 식당에서 골프장 대표에게 선거운동비 명목으로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군포 노재영 시장도 정무비서와 측근 등으로 부터 재판 비용과 선거비용 채무 변제금 명목으로 4억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최근 징역 10년에 추징금 4억5천500만원을 구형받았다. 그는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경쟁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07년 7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받을 당시, 받은 돈을 변호사 비용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석 용인시장도 법정에 서 있다. 서 시장은 부당하게 특정인을 승진시킬 수 있도록 근무성적 평정의 서열 변경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오산 이기하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지난해 5월께 양산동 아파트 시행사인 M사 임원 홍모씨로부터 공장 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용도 변경하는 등의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10억7천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또 이들 4명의 시장 외에 현재 경기남부 자치단체장 1명에 대한 수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기남부지역 5개 자치단체장이 법정에 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토착 비리 척결을 강력히 천명하고, 검찰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결과라 하더라도 경기남부 11개 지자체장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한꺼번에 법정에 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장만 됐다하면 구치소로 향한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공직 사회에서 흘러 나올 정도니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법정에 선 이들 단체장들은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재판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는 6·2지방선거에서 재도전할 수 있는 이들의 기회는 이미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공교롭게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 이들 시장들이 현재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코 앞에 둔 한나라당이 과연 공천을 주겠느냐 하는 것이 이같은 분석의 이유다. 이렇다보니 법정에 선 이들은 자신의 결백과 무죄 입증에 필사적이다.

이 과정속에 일부에서는 '친박계에 대한 테러'라는 등 음모론도 흘러 나온다. 음모론은 말 그대로 음모론일 뿐이다. 음모론의 진위 여부를 떠나 자치단체장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법정까지 서게 된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이를 보는 시민들의 착잡한 심정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손으로 뽑은 시장이 매번 비리로 검찰청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TV와 신문을 통해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는 것일까?' '시민을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는 청렴한 시장은 과연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망망대해에서 배를 집어 삼킬 것 같은 폭풍우가 불때 선원들은 집채만한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장의 얼굴을 본다고 한다. 그 만큼 선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도 풍랑이 이는 치열한 경쟁의 바다에서 '지자체'라는 배에 몸을 실은 시민과 공직자들은 선장의 얼굴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오는 6월2일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시민들은 이날 또다시 4년간 드넓은 경쟁의 바다를 안내하고 함께 할 선장을 뽑는다. 선출된 단체장들이 임기말 온전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잠시 머릿속에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