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아이폰 열풍으로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구글은 전세계적인 스마트폰 열기를 등에 업고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기초로 휴대전화 단말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며 새로운 먹이사슬(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IT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등 IT업계의 위기의식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기존 IT업계 질서를 깨뜨리며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새로운 접근방식을 살펴보고 국내 IT산업의 현주소와 향후 대응방안, 정책적 문제점 등을 총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IT산업 생태계에서 하위 부속물로 여겨지던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위상이 최근들어 달라졌다.
 
   이전엔 유선 및 이동통신업체가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하면서 휴대단말 유통권한과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등으로 HW 및 SW업체를 통제해왔지만 이젠 애플과 같은 SW업체가 IT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자리 잡는 분위기다.
 
   미국의 통신업체인 AT&T가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플의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이로 인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애플에 되돌려주는가 하면, 다른 이통사들은 무선망 독점권을 포기하고 금기시해왔던 무선랜(와이파이)도 개방하면서 좋은 무선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공급받으려 경쟁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2억2천7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4조1천억원의 이익을본 반면 애플은 2천500만대의 아이폰을 팔고 5조원의 이익을 남기면서 휴대전화 시장의 질서를 흔들어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항해 연합전선을 형성하며 IT 생태계 재편의 쌍두마차 역할해온 구글과 애플의 전략에서 소비자 편익을 배려한 SW를 중심으로 한 대고객 서비스는 최상층에 올라와 있다.
 
   MS의 시장 독과점을 어느정도 무너뜨린 구글과 애플은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이제는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양상이다. 온라인 음악 사이트, 모바일 광고업체 등을 둘러싼 경쟁과 아이폰에 들어가는 구글 서비스에 대한 신경전 등은 새로운 구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같은 경쟁은 SW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에 한번 중독된 소비자는 이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때문에 서비스의 질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다.
 
   더구나 아이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품보다 SW의 집합체인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수익성이 한층 높다. 구글과 애플의 높은 영업이익의 원천은 SW 서비스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 제공을 최종 목표로 SW를 중심으로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글로벌 환경과 달리 국내에서는 SW 분야가 천시돼왔다.
 
   국내 IT 먹이사슬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는 그동안 다른유익한 SW 콘텐츠가 들어오지 못하게 망 자체를 폐쇄하고 제한적인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독과점을 해왔다. 네이버 등 포털도 망 폐쇄적인 환경 속에 자체 웹 서비스에만 주력해왔다.
 
   한국의 IT업체들은 이 때문에 스마트폰 도입의 영향으로 유무선 망이 전면 개방되면서 구글과 애플의 행보를 헐떡거리며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로아그룹코리아의 김진영 대표는 "국내 이통사에선 (무선인터넷에 있어) 서비스다운 서비스가 없었다"면서 "소비자는 (고가의) 단말기를 보유한 뒤서비스 이용을 통해 기회비용에 대비한 편익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국내에선 상당히 떨어졌던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구글.애플 "소비자 편익이 최우선" = 구글과 애플은 출발점이 다른 회사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 회사로 출발했고 애플은 PC와 SW를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다. 애플 전략은 매킨토시 PC와 맥OS를 내놓은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 편익 위주의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 제일 먼저 주목한 것도 소비자들을 편리하고 유익하게 해줄 수 있는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제품과 서비스가 아이팟과 아이튠스. 아이파과 아이튠스는 인터넷시대 이전 소니가 워크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 이상으로 각광을 받으며 애플의 존재를 확연하게 세상에 드러내도록 했다.
 
   이처럼 아이팟이 시장에서 히트를 치게 된 이유는 음원 시장이 P2P 인터넷사이트 등장 등으로 혼탁해진 가운데, 애플이 아이튠스를 통해 음반사에 이익을 남겨주고, 소비자들에게는 효용을 줬기 때문이다.
 
   애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이튠스 기반의 아이팟터치에 이어 앱스토어를 기초로 한 아이폰까지 내놓았다. 소비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통신 영역까지 진출한 것.
 
   현재 14만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쌓인 앱스토어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게임 등 각종 서비스를 소비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중독 현상의바탕을 이루게 하고 있다.
 
   애플은 이제 영상과 출판 서비스에 한발 짝 더 나아갔다. 지난달 발표한 아이패드는 아이북스라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애플은 유명 출판사 및 언론사와 아이패드 콘텐츠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영상 공급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방송사와 온라인 비디오 제공사이트 훌루 등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과 출판, 게임 서비스 등이 원활히 진행돼 또한번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게 되면 애플의 다음 행보는 TV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 TV에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공급되고 이용자가 자유롭고 저렴하게 쌍방향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기존 방식의 TV는 상당 부분의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애플이 콘텐츠 판매 가격의 70%를 공급자에 넘기는 수익분배 구조는 매력적이다.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웹 및 모바일 콘텐츠를 판매해 고무적인 성과를 낸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 때문에 방송사와 영화사 등이 애플 등의 유통망을배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스탠퍼드대학 박사 과정 시절 개발한 새로운 검색기법을 기반으로 공동 창업, 당시 야후나 MSN과 같은 거대 포털을 단숨에 앞지르고 세계 최대 검색포털로 성장한 구글 역시 경영철학의 1호는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자'이다.
 
   두 창업자가 정한 구글의 사시도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고객이 왕이라면서도 뒤로는 고객을 우롱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구글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가 최종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천명해왔다.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내놓은 이유는 모바일에서도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사 서비스 이용을 확대시키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무료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려면 구글의 대표적인 서비스를 탑재해야 한다.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인 SK텔레콤의 모토로이에 구글 검색, 지도, 지메일, 유튜브, 토크, 캘린더, 주소록 등이 기본으로 깔린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구글 역시 애플에서 모바일에서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마켓을 내놓았다.
 
   서비스 부문을 등한시했던 MS도 움직임도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솔루션 판매가 기반인 MS로서는 협력사들과의 관계문제로 서비스 부문에 발벗고 나서기 어렵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의 세력 확대를 마냥 지켜볼 수만 없는 만큼, MS가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사의 경쟁 구도는 향후 PC, 모바일, TV를 연결하는 '3스크린' 부문에서 대격돌이 예상된다. 단일 플랫폼과 솔루션을 사용하는 애플이 TV까지 내놓는다면 애플 제품만으로 3스크린 구현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행보는 3스크린에 사활을 걸고 있는 MS로서는 위협이고, 일본 파나소닉 등과 연합해 TV용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를 공급하려는 구글의 발걸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IT업체 대응방안 = 최근 일반 휴대전화에서 가입자에게 독점적으로 제공된 SKT의 무선인터넷 포털 네이트가 옴니아2 등 윈도 모바일용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무선네이트 매출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개방된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네이트의 앞길이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T의 전용 음악 서비스인 멜론 등에 밀려 기울던 소리바다가 아이폰 출시로 재부상하는 것은 단적인 예이다.
 
   포털의 경우도 구글 서비스에 영토 일부를 빼앗기기 시작했다.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 중 네이버와 다음이 웹보다 영향력이 다소 떨어진 반면 구글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아이폰에 구글 서비스가 대거 탑재된 결과로 분석된다.
 
   게다가 각 이통사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가입자와 콘텐츠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등에 대항하기에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제조사 역시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용 OS인 '바다'를 내세워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시장을 구글과 애플 등에 선점당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모바일에서 킬러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개인화 웹 환경이다. 하드나 USB가 아닌 가상공간에 개인 사진, 동영상, 정보 등을 저장해둔 채 전화번호를 포함한 주소록과 메일, SNS를 유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모바일에 최적화된 마이크로블로그인 미투데이를 인수한 데이어 파일저장 공간인 N드라이브와 주소록, 캘린더 등 개인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개인화 웹 환경 구축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음도 개인화 웹 서비스인 '마이피플'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모바일에서 강력한 무기인 음성검색까지 내놓은 구글에 미치지 못하지만, 개인화 웹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다. 특히 구글과 애플이협소한 국내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져 한국어 음성검색 개발 등의 부문에서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면 이통사는 고객 서비스보다는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 구축과 카드사 인수 및제휴를 통해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연계한 T커머스 구축에 무게를 둬, 신규 서비스를 개척해나가는 분위기다.
 
   이때문에 국내 서비스의 경우 이통사와 제조사, 포털이 제휴 및 연대에 나서 구글과 애플에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의 서비스 경쟁력이 취약한 만큼, 포털 서비스를 패키지화해 출시될 스마트폰에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비스 부문까지 해외 업체에 장악당할 경우, 앞으로 국내 IT업계가 이를 되찾아오는데 상당한 고통이 불가피하다는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이 OS와 애플리케이션 마켓 등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 위에 올라가는 서비스 경쟁에서 조차 밀려서는 안된다"면서 "이통사와 제조사가 구글과 애플식 생태계를 벗어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