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잊혀져서는 안 될 3·1절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렇다고 한·일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변하는 것도 아니다. 1년 12달 365일 선열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자는 얘기도 아니다. 질곡의 역사를 하루만이라도 되새기고 그 날의 뜻을 되살려 오명의 역사를 다시 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3·1절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기성세대나 청소년, 정부 공히 마찬가지다. 주말과 맞물린 3일간의 연휴를 즐기려는 국민들이 여행업계로 몰리면서 일본행 항공기가 전석 매진됐다고 한다. 물론 한·일관계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3월1일 일본방문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일본여행객에게 3·1절은 휴일일뿐" "국경일의 의미는 퇴색되고 연휴라는 점만 기억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한 가이드의 전언에서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매년 지자체별로 치르는 3·1절 행사에도 참여 시민이 꾸준히 줄고 있으며, 올해와 같이 연휴가 낀 경우에는 더욱 참담한 것이 현실이다.

독려하고 정신을 살려야 할 정부의 의식도 희미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더하다. 최근의 예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4학년 1학기 교과서에서 유관순열사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내년부터 5학년 1학기 교과서에 다시 싣기로 하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난의 역사를 청소년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교육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전국 초·중·고교생 가운데 3·1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10명중 6명도 안 된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는 당연한 결과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이 3·1절 태극기 100% 달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태극기 달기에 나선 지역은 전국적으로 구운동뿐만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에 있다. 역사가 미래에 영향을 미쳐 부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늘이 중요하다. 당국의 꾸준한 열의와 기성세대의 올바른 역사의식이 내일을 책임질 청소년에게 반듯한 가치관을 심어줘 역사가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것이 대립과 분열을 화합과 통합으로 승화, 선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