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은 2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SBS 독점중계를 보며 울분을 삼켜야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KBS의 제37주년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날 여의도 KBS TV 공개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오늘 저녁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업적을 이뤄낸 선수단이 귀국하는데 이번 올림픽 중계를 지켜보면서 사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했냐"며 "국가 기간방송이요, 대한민국의 대표방송이라는 KBS는 SBS가 건네주는 몇 분의 영상물로 보도와 방송을 메워야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냐"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물론 SBS의 독점중계는 방송 3사의 합의를 깬 부도덕한 행위지만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방송이라는 환상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은 아닌지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SBS가 신나게 동계올림픽을 독점중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울분을 삼키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KBS 사원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사장은 SBS의 독점중계에 대한 반성에 이어 방송 시장의 무한 경쟁 속에 KBS가 살아남는 길은 확실한 공영방송이 되는 것밖에 없다고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가치는 공정성 확보와 선정성 배제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KBS는 6월 지방선거부터 다른 방송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선정성에서도 청정지역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영방송으로서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부분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며, 무료지상파 디지털 플랫폼인 가칭 케이-뷰(K-VIEW) 플랜을 차질없이 진행시키고, 경인지역 시청자들에 대한 뉴스 서비스 확대를 위해 올해 안에 경인방송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재원의 안정을 위해 수신료 인상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이와 동시에 노사의 협력하에 KBS가 대대적으로 개혁돼야 한다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그는 "KBS의 개혁은 단순한 군살빼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과감한 프로개편을 통해 차별화된 방송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다음 달 말이면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데 이 결과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착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실시한 컨설팅사의 설문조사에서 우리 조직문화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지금의 KBS는 조직 전반에 걸쳐 무관심과 냉소주의, 무책임과 이기주의가 팽배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컨설팅사의 충격적인 보고였다"며 "이렇게까지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동안의 인사제도 운용과 미흡한 신상필벌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었나 스스로 판단해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KBS의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부분부터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