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부산 사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실종됐던 여중생 이모(13) 양이 11일만에 이웃집 물탱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 양 납치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33) 씨의 행방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연인원 2만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음에도 김 씨를 못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범죄상식을 벗어난 김 씨의 독특한 행각과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길과 많은 빈집 등 지역적 특색이 결합돼 경찰의 용의자 검거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양의 집이 있는 재개발예정 지역은 경기불황 등으로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져 하나 둘 집을 비우는 세대가 늘고 있다.

   싼 집값 때문에 저소득층이 모여살면서 누가 이웃인지도 모르는데다 낮엔 생계를 위해 외출하는 사람도 많아 빈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빈집과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등은 김 씨에게는 좋은 은신처이자 범행대상을 찾아내는데 안성맞춤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총 11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제외하곤 사상구 일대에서만 줄곧 생활해온 김 씨는 이곳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어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나 운전면허가 없고 컴맹인 김 씨가 보여주는 대담한 행동들도 일반적인 범죄상식과는 벗어나 있어 경찰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 씨가 과거 여성을 성폭행한 후 10일간 감금했다가 풀어준 전력이 있었던 점을 들어 경찰이 실종 초기 수사력을 집중하는데 느슨한 점도 김씨 조기 검거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통 범인들은 범행현장 부근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도 김 씨는 공개수배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3일 이 양의 집과 불과 20여m 떨어진 빈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의 수색 사실을 눈치채고 도주했다.

   김 씨는 특히 경찰 수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 양의 집에서 30여m 떨어진 권모(66) 씨 다세대주택의 물탱크에 이 양의 시신을 버리기까지 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경찰은 실제로 이 양 실종 8일째 되던 지난 3일에서야 13개 경찰서에 차출된 전문 수사인력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되자 7일 수사전문인력으로 용의자 검거전담반을 구성해 용의자 김 씨의 연고지 위주로 수사를 벌여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검거에 필요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범인 검거가 이뤄질때까지 시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