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에 이어 부산 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피의자 김길태까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제2, 제3의 성범죄자가 끊임없이 나와 우리 사회를 놀라게 만든다.
김길태 검거를 계기로 이들 성범죄자의 특성을 분석.연구해서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수사기법을 개선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성범죄자를 숱하게 다뤄본 전문가들은 이들에게서도 공통된 행동이나 심리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11일 성범죄 상담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폭행 가해자 대부분은 성(性)을 학습한 적이 없어 잘못된 성 관념과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으며 정서적 공감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학습 부족과 정서적 공감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여성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범행 과정 또는 그 이후로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한국여성상담센터 현혜순 소장은 "가해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게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친밀감 등 정서적 요구에 대처하는 능력도 서툴다"고 지적했다.
현 소장은 "성폭행 가해자들을 상담하면 청소년기에 '관계'나 '동의' 개념을 배웠다면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와 동의 개념을 학교와 사회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남녀관계에도 적용돼 여성이 거부하거나 침묵해도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도 성폭행 가해자들은 일반적으로 감정 표현이 약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자신의 욕구만 생각해 상대방의 메시지를 자기 방식대로 바라본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가해자들이 상담소에서 자신이 의사소통에 서툴러 어디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곤 하는데 그들 자신도 의사소통 방법을 모르고 표현이 서툰 점을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성폭행 범죄자가 의사소통에서 어떤 부분이 오류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정확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 등도 가해자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성이다.
정부 보호감찰생 위탁기관인 내일청소년성폭력센터 최혜숙 상담실장은 "가해 청소년들이 성 의식 교육의 부재로 여성을 성의 도구로 보거나 대상화하는 왜곡된 성의식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에서 피해자 공감 교육을 받은 가해 청소년 대부분은 '여성도 자신의 선택을 갖춘 동등한 인격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가 여성에 대해 생각이 바뀌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교육 전에는 '싫어한다고 거부했어도 통념상 그런거지 여성도 즐겼다' '여성은 절대 좋아도 좋다고 말 못하고 싫다고 한다'고 생각하다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폭력 가해자들은 잘못된 성지식을 가진 데다 정서적으로 반응을 잘 못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져 성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상대방 동의하에 그랬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관에서 20∼30시간 단기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범죄자들이 자기 마음을 몇 번 안 본 사람에게 이야기 하겠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담전문가들 눈에 비친 성범죄자의 특성
"잘못된 성지식, 공감과 의사소통 능력 떨어져"
입력 2010-03-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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