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5만달러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11일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이던 시절 골프채와 가방 세트를 선물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골프백화점에 방문해 골프채 세트를 사줬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그렇다, 장관을 혹시 그만두고 쉴 때 골프나 좀 배워보라는 생각으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매장 여성 전무가 한 전 총리를 `사모님'이라고 불러 `높은 분을 사모님으로 부르는 게 어디 있냐'고 지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며, 골프채를 사주는 것에 한 전 총리가 동의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한통운 서울지사장이던 황모 씨에게 골프채를 산다며 돈을 가져오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적은 없지만 수사기관에서 황씨가 그렇게 조사받고 갔다고 들었다"고 했다.

   검찰은 서울지사에서 발행된 10만원권 수표 100장의 인출 내역이 담긴 금융기관 전표와 이 수표가 지급된 명세서 등을 보여주며 `서울지사에서 발행된 수표 99장이 골프용품점 계좌에 입금됐다'고 강조하고, 골프채 가방과 옷가방 판매 내역 옆에 `한명숙'이라고 기재된 장부 등을 제시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일제 `혼마'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 `캘러웨이' 퍼터, 닥스 골프가방과 옷가방, `DDH' 골프공, 모자, 장갑, 티셔츠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가격을 600만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는 아이언만 생각한 것이고 전체를 다 합하면 980만원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에게 여성단체 운영비로 10만원권 수표로 1천만원을 주기도 했지만 장관이 된 후에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04년 총선에 한 전 총리가 출마했을 때 1천만원을 주려고 관리본부장과 함께 갔는데 손님이 많아서 문 안쪽을 살짝 열어보고 (돈을 주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며 "진실을 얘기하라니까 진실 쪽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와 식사하면서 이 돈을 줬는지, 회사에 반환했는지, 아니면 자신이 썼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한 전 총리가 둘이 있을 때도 돈을 잘 안 받고 그랬다. 주려고도 안 했고 정말 훌륭한 분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곽 전 사장은 영업을 위해 화주나 외국 손님을 접대하며 1만달러, 혹은 수만달러씩 제공하기도 했고 어떤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 공무상 리비아에 가서 무아마르 카다피를 만난다고 해서 달러를 주고 오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