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죄 등으로 징역 1년2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67)씨는 교도관들 사이에서 일명 '고문관'으로 통한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되레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가두냐'며 국가 고위인사들을 닥치는 대로 고소ㆍ고발하기 때문이다. 대상자는 대통령이나 각 부처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모든 국가기관 수장들을 가리지 않는다.
김씨는 작년 5월 "죄가 없는데 구속을 시켰으며, 재판에서 무죄를 밝혀내지도 못했다"며 대통령과 대법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국선변호인 등 30여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10월에는 같은 내용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2천300여명을 대거 고발해 수용자의 송무업무를 맡은 부서 담당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는데도 이를 조사해 처벌하지 않는다"거나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국가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황당한 내용의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작년 한 해에만 고소ㆍ고발 19건, 청원 25건, 진정 13건을 넣어 담당자들을 말그대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만들었다.
성범죄자 같은 흉악범들도 황당한 고소ㆍ고발자 명단에 자주 오른다.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7년6월을 선고받고 수용생활을 하는 성모(39)씨는 "교도관이 수형자들을 형기 종료 전에 석방해 사법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가액 '100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성씨가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으나 이마저 각하돼 국가 승소로 막을 내렸다.
교도소나 구치소 수용자들이 사적인 감정으로 고소ㆍ고발을 남발하면서 국가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법적 수단을 통한 권리구제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권리가 남용돼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한 고소ㆍ고발 건수는 2006년 703건에서 작년 1천173건으로 3년 만에 66.8%나 증가했다. 피고소ㆍ고발 인원도 2006년 1천584명에서 작년에는 3천73명에 이르렀다.
최근 4년간 제기된 총 4천306건의 고소ㆍ고발 중 기소유예 처분된 13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각하 또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씨처럼 수감 생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자 쓸데없는 고소ㆍ고발을 일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용자들의 권리구제 수단 남용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헌법소원은 2006년 38건에서 작년 57건으로 50%, 행정소송은 63건에서 104건으로 65%,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5천132건에서 5천700건으로 11% 각각 늘었다.
최근 4년간 총 147건 제기된 헌법소원의 경우 인용된 사건은 1건에 불과했고, 행정소송도 250건 가운데 6건(2.4%)만 받아들여졌다. 이는 그만큼 권리구제 수단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무분별한 고소ㆍ고발 등에 대처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송무전담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처리해야 할 건수가 워낙 많아 수용자의 사적인 감정이 담긴 부적절한 사례를 선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4일 "수용자들이 '골탕먹이기'식의 악의적인 감정으로 법적 수단을 이용하는 한 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며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왜 그냥 놔두나"…재소자 고소고발 백태
대상자 불문…"권리구제 남발로 행정력 낭비 심각"
입력 2010-03-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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