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평택/이한중·김종호기자]긴급자금 1천억원에 쌍용자동차와 평택 경제의 운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법원의 회생강제인가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며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자금난에 봉착해 제2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번달 안으로 1천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이 수혈되지 않으면 쌍용차가 사활을 걸고 개발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신차 'C-200' 생산에 제동이 걸리고, 그 여파가 지역경제에까지 일파만파로 번질 위기다.

쌍용차 측은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신차 C-200 생산이 예정대로 되지 않을 경우 회생계획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향후 3개년 회생 전략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신차 C-200은 현재 개발이 모두 완료(2천800억원 가운데 1천620억원 이미 집행)됐으며 시험차량도 만들어졌다. 차체·조립 설비도 100% 설치가 완료됐다. 조립 라인만 트라이 아웃이 진행(85% 진척) 중이다. 추가 자금만 지원되면 언제라도 신차 생산이 가능하다. 자금난만 해결하면 오는 7~8월께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비차 100여대를 생산해 주행시험을 거쳐야 하고, 원활한 자재조달을 위한 협력업체 자금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 신차 론칭을 위한 비용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자금 수혈이 시급하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 12월 회생계획인가 이후 주 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1천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신차 출시를 회생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아직까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신차 C-200의 계획적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쌍용차도 쌍용차지만, C-200 부품을 납품할 협력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C-200 출시를 위해 이미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C-200 출시가 늦춰지거나 차질이 빚어지면 이들의 자금난이 악화돼 회생계획 자체에 중대한 차질(C-200은 회생계획 반영 차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1·2차 협력업체들은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원자재를 구입해야 하는데, 자금도 없거니와 대출도 어려워 부품을 납품할 여력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쌍용차가 요청하고 있는 긴급자금 1천억원은 이처럼 쌍용차와 협력업체들 간에 부품 생산·납품·원자재 구입을 위한 자금 선순환의 물꼬를 틀 중요한 자금이다. 이 추가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신차 출시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현재 산업은행은 '고통분담의 원칙'과 '인수자' 등의 문제를 내세우며 자금지원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 측은 "지난해 자금이 지원됐고, 회사가 법정관리 중이며 M&A가 진행 중인 상태여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 자금지원이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1천억원 추가자금 지원은 부동산이나 건물 등 담보대출의 성격이 아닌 쌍용차의 미래사업적 가치를 따지는 것인 만큼 면밀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그동안 진행해 온 자구노력을 내보이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 대타협 이후 총 인원 7천147명 중 2천385명(33%)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연간 4천600억원이었던 인건비 총액을 2천180억원(52%)으로 줄이고 손익분기점도 월 9천560대(생산량)에서 7천200대로 낮춰냈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도 금속노조를 전격 탈퇴(지난해 9월 8일)하는 등 고통 분담을 자처했고, 무쟁의·무파업 등을 선언한 뒤 사측과 힘을 합쳐 회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측은 이 같은 '고통분담'과 함께 자금난 극복을 위해 안성물류센터 등을 추가 매각해 운영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파업종료 이후 구조조정과 투자비 등에 자금 지출이 이뤄진 반면, 구조조정 자금(1천300억원) 외에 신규 자금 차입이 안 돼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개별소비세 납부 연기, 투자비 집행 이월, 자재대 지불 보류 및 임직원 2월 임금(50%)과 상여금 미지급 등 초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쌍용차는 긴급자금 1천억원을 받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과 C-200 판매 등을 통해 확보할 자금, M&A 성사 시 인수 자금으로 공익담보권에 대한 최우선 변제 등을 약속하고 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추가로 임직원 퇴직금(1천300억원)과 무형자산(지적재산권) 등도 담보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격적인 제안이다. C-200이 향후 회사의 명운을 가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평택시민들도 쌍용차의 위기에 크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평택시민 20만2천명이 쌍용차 회생계획인가 요청 탄원서에 서명했을 만큼 쌍용차 회생을 기원하고 있다. 시민들은 "즉시 정치권이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며 "1년 이상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42만 시민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 인터뷰 /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

'회사살리기' 노사 고통분담 한뜻… 추가자금 지원으로 회생 기회를

"처절한 고통을 이겨내며 살아나려고 하는 기업에게는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신차 출시를 위한 1천억원 지원이 안되는 이유를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쌍용차 노조 김규한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1천억원의 자금 지원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피곤한 얼굴은 까칠하고, 수척해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7일간의 점거 파업이 끝난 뒤 노조 투표 참가자 77%의 지지를 얻어 새 노조위원장이 됐고, 지금은 사측과 뼈를 깎는 고통을 나누며 회사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1천억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이유는 연구 개발이 모두 완료된 신차 C-200 출시를 통해 회사를 점진적으로 회생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법원이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내린 것은 추가 자금 지원 의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1천억원은 쌍용차에 매우 중요한 자금"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쌍용차 임직원들의 자구 노력과 관련해 "임금 동결, 복지 중단, 상여금 250% 반납 등 최소한의 생활비를 뺀 모든 경비를 줄이고 있다"며 "이것도 모자라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자금 지원없이 M&A를 통해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지만, 기업 가치를 높이지 않은채 M&A를 추진한다면 성공적인 매각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김 위원장은 "쌍용차 임직원들이 절망에서 희망을 찾았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은 이때,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