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계기로 떠오른 사형제 찬반 논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겨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형제가 유지되는만큼 흉악범의 사형은 집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신중론으로 맞서면서 13년간 중단됐던 사형집행의 재개가능성을 시사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지난주 발언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상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집행을 해야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사형집행 찬성의 입장에 섰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도 "사형집행 문제가 대두돼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며 "흉악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집행이 돼야 하고, 그래야 피해자 유족의 응어리도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법관들은 사형선고문을 작성할 때 몇달씩 잠도 못자고 고민한다"며 "법관들의 판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판결문은 휴지조각이 된다"며 이귀남 법무장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에서 흉악범죄가 줄고 있다는 통계는 없고, 과거 졸속한 사형집행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는가"라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법무장관의 사형집행 재개 가능성 발언에 대해서도 "순간적 국민감정을 이용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법무장관은 사형제에 대해 신중히 얘기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같은 당 우윤근 의원도 "사형집행제도, 보호감호제도 등에 법무장관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일관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사형제를 다시 집행하는게 국격을 높이는 것인가"라고 꼬집으면서 "2009년 9월 유럽과 '사형을 안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던 법무부가 이제 사형을 집행하고 보호감호제를 한다는 것은 오락가락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이 법무장관은 이에 대해 "바로 (사형을) 집행한다고 아직 얘기한 적이 없다"며 "지금까지 신중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전자발찌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의결되지는 않았다.
장 의원의 법안은 성폭력범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을 현행법 시행전인 2008년 9월 이전으로 소급하는 내용이고, 박 의원의 법안은 전자발찌 부착 여부를 법무장관 산하 심의위원회가 결정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무장관은 답변에서 소급적용의 위헌 논란에 대해 "전자발찌는 보완처분이고 형벌이 아니므로 법 조항에 어긋나지 않고 소급을 인정하는 법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며 "다만 법문에는 구체적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은 "위헌의 소지가 전혀 없어보이진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고 최병국 의원도 "소급이 괜찮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면도 있음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