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실적을 전년 수준으로 선방한 것은 환율 효과 등을 앞세워 경쟁사를 누르고 세계 시장에서 '승자독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보기술(IT)분야가 지난해 실적 개선을 주도했으며 대기업 중에서는 GS, 롯데, 삼성그룹이 현저한 증가율을 기록해 기업 실적 분위기를 밝게 했다.
특히 IT분야는 올해도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 글로벌 기업, 위기 속에서 기회 포착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했지만 국내 기업엔 경쟁사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회가 됐다.
우선 자동차 분야에선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인 제너럴모터스(GM)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반도체 분야에선 독일 키몬다사가 파산하는가하면 대만 업체들은 적자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반면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나갔고, 미세공정에서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이 한때 40%를 웃돌았다.
국내 기업의 이같은 선전엔 환율 효과도 한몫했다.
2008년 연평균 1,103.3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분기엔 1,418.30원까지 치솟았다가 2분기 1,285.11원, 3분기 1,239.22원, 4분기 1,168.03원으로 전년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6조3천485억원으로 전년대비 53.6% 급증했고, 현대차는 같은 기간 1조8천772억원에 2조2천350억원으로 19.1% 늘어나는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 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작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기업들에 위기 시 승자독식 현상이 생겼다"며 "중국의 공격적인 재정지출과 통화공급 덕분에 대중국 수출이 늘었고, 정부가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은 점도 국내 기업이익의 조기 회복을 이끈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IT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고, 중국 뿐아니라 선진국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환율이 떨어지지만 완만한 고용회복과 소비 개선으로 수요 증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해 국내 기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딘 미국의 고용상황,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IT부문에서의 공급과잉 우려가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팀장은 "상반기까지 이익 전망의 시계가 좋겠지만 하반기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위안화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으로 원화 강세가 있을 수 있고, 미국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의 수입 수요가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대그룹 명암 갈려…올해 전반적 상승 기대
10대 그룹 계열사의 지난해 실적도 전년에 비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주력 업종 차이에 따라 그룹별로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10대 그룹의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이 2%를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삼성그룹은 43.55%, LG전자, LG생명과학 등을 보유한 LG그룹도 22.46%의 높은 영업이익률 증가치를 보였다.
또 GS그룹도 GS건설과 GS 등의 계열사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전년 대비 133%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대우건설에 손을 댔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른 기업을 높은 기업으로 인수했다 차입금 부담 등으로 부실 위험에 빠지는 것)'를 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그룹은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으며 순손실 폭도 전년에 비해 143배나 는 3조7천493억원에 달했다.
또 포스코는 상반기 철강가격 하락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고 SK도 SKC솔믹스, SK에너지, SK브로드밴드 등 일부 계열사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4.99% 줄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룹별 실적 격차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라 내부 소비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침체를 면치 못했던 내수 기반 그룹들의 매출이 회복되면서 지난해 좋은 실적을 보였던 다른 그룹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장 기저효과로 대부분 그룹의 올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증권의 양대용 연구원은 "특수 상황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외하고는 10대 그룹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시장 점유율 확대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엔 경제위기가 기회였다
글로벌기업 '승자독식', 환율, 정책지원 효과
입력 2010-03-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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