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호 / 경제부
[경인일보=최준호기자]"다른 사람이 제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한 것보다 더 화가 나는 일은 평범한 개인을 무시하는 대기업의 태도입니다."

지난 12일 중국인 해커를 통해 국내 유명 백화점, 포털사이트, 통신사 등에서 개인정보 2천만건을 빼돌린 일당들이 구속됐다. 이번에 새어나간 개인정보만 2천만건이니, 최근 몇 년간 터졌던 유출사건 등을 모두 종합해 보면 거의 모든 한국인들의 개인정보가 불법적인 통로로 유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한국인 누구나가 명의도용 등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때문에 우리는 포털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내 개인정보를 알려주지도 않은 통신사업자로부터 판촉광고메일을 받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편함을 더욱 부채질하는 일부 통신사업자들의 태도다. 수원시 북수동에 사는 김모(41)씨는 자신이 가입하지도 않은 통합LG텔레콤으로부터 인터넷 전화요금 80만원이 연체됐다며 당장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엄포를 들었다. 김씨는 즉시 회사측에 사실확인을 요구했으나 1주일이 지나도록 회사에서는 어떤 경로로 김씨의 전화번호,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등록됐는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못했다. 더욱이 회사에 이의제기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채권추심회사로부터 몇 차례 신불자가 된다며 빨리 요금을 내라는 독촉을 받았다. 개인이야 피해를 당하든 말든 회사의 이익만 추구하면 된다는 너무도 이기적인 모습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부터 통신사업자까지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신고가 한달에 2천건에서 많게는 1만건까지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통합LG텔레콤 같은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예방하고, 또 피해가 발생했다면 조속히 2차, 3차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