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조회사나 사설 장례식장의 구급차형 영구차가 구급차 행세를 하는 바람에 합법적인 구급차 운전자들이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동작구 한 대형병원 주차장의 `구급차'형 영구차. (연합뉴스)

   상조회사나 사설 장례식장의 구급차형 영구차가 구급차 행세를 하는 바람에 합법적인 구급차 운전자들이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부실한 `깡통 구급차'에 이어 무늬만 구급차인 상조회사 차량이 늘어나자 구급차에 차로를 양보해야 할 일반 차량 운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사의 사망진단서도 없이 사고 현장의 시신을 영구차가 수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여 년 경력의 구급차 운전자 이모(40)씨는 25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는데 구급차를 흉내 낸 다른 업체 차량이 경광등을 켜고 다니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앞서 24일 서울 곳곳의 중ㆍ대형 병원 주차장과 장례식장 부근을 무작위로 방문했을 때도 무늬만 구급차인 차량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흰색 승합차에 경광등을 달고 차 옆면에는 `응급환자' `환자이송' 등 문구와 초록색 십자 마크 스티커가 붙어 있어 실제 구급차와 외형상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차량 내부에는 간이침대 등 시신이나 관을 옮기기 위한 장비가 있을 뿐 환자 치료ㆍ이송을 위한 장비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등록 차량 관리를 맡은 구청에 확인한 결과, 이들 차량의 정체는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병원에서 구급용으로 운용하던 차량을 개인이 명의만 변경해 외양은 그대로인 채 내부만 바꿔 쓰는 일도 있었고, 장의업체가 구급차로 등록된 차량을 쓰는 사례도 있는 등 편법과 불법 이용 사례가 뒤섞여 있었다.

   구급차를 구조변경하고 운구전용 영업 차량으로 신고한 합법적인 차량도 경광등을 여전히 다는 등 외양은 구급차와 다르지 않았다.

   이 차량 운전자 중 한 명은 "시신을 빨리 인도해야 하는데 그냥 운행하면 다른 차들이 잘 비켜주지 않아 종종 경광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범죄수사ㆍ교통단속용 경찰 차량이나 소방용 차량 등의 긴급자동차가 아닌 차량에 경광등을 다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이렇게 `구급차'형 운구차량이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이용 기준을 마련을 맡은 보건복지부와 차량 등록과 관리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관리 책임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구청의 교통행정 담당자는 "의료기관 사업자 등록증 등 몇몇 서류만 있으면 구급차 구입이 자유로운데다 장의업체가 운용하는 차량의 사후 관리가 부실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소방학교 구조구급교육센터 안기옥 교수는 "구급차를 흉내 낸 차량으로 불신이 쌓이면 정작 긴급한 상황에서 구급차 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광등 사용부터 구급차 운영까지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