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3명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구속된 택시기사 안모(41)씨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이 2일 청주시내와 충남 연기, 대전 일대에서 진행됐으며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대전 대덕경찰서 관계자들은 안씨를 데리고 그가 두번째 피해자 김모(당시 41.여)씨를 태웠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한 대형마트 앞에 도착했다.
안씨는 모자가 달린 남색 패딩점퍼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 밑으로 감춘 얼굴은 며칠째 수염을 깎지 못해 초췌한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검증은 이동거리가 가장 짧았던 김씨 사건을 시작으로 2004년 충남 연기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전모(당시 23.여)씨와 지난달 26일 숨진 송모(24.여)씨 사건 순으로 이뤄졌다.
김씨 살해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은 용암동에서 시작해 살해장소인 청주시 내덕동 한 초등학교 앞과 현금을 인출한 인근 편의점, 시신을 버린 무심천 등 4곳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현장검증에서 안씨는 택시에서 종이테이프로 입을 막고 비닐봉지를 머리에 씌워 김씨를 숨지게 한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고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에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담담히 재연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경찰의 질문에 짧게 대답할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돈을 찾는 과정을 검증할 당시에는 김씨의 유족들이 현장에 나와 `저 사람이 대신 죽었어야 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경찰과 안씨는 오전 11시께 무심천에서 첫번째 현장검증을 마치고 충남 연기군으로 이동해 2004년 전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과정을 재연했다.
두번째 현장검증을 마칠 때까지 별말이 없던 안씨는 현장검증 과정을 지켜보던 마지막 피해자 송씨의 아버지가 `왜 그랬냐'고 묻자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청주시 남문로 번화가에서 송씨를 택시에 태워 대성동 한 아파트 근처에서 송씨를 살해하는 과정을 재연할 때에는 송씨의 유족들과 친구, 주민 30여명이 몰려들어 혼잡을 빚기도 했다.
송씨의 부모는 살해재연 과정을 보자 `내 딸을 살려내라'며 울부짖었고 주민들도 욕설을 퍼부었지만 안씨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
송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마지막으로 이날 검증은 총 8곳에서 약 9시간에 걸쳐 마무리 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검증에서 안씨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며 "앞으로 여죄 수사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쇄살인 택시기사 현장검증..유족 '분노'
담담하게 범행 재연.."죄지었다. 죄송하다"
입력 2010-04-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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