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애플사의 태블릿 PC 아이패드가 3일(현지시각) 본격 시판을 시작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애플 매장에서 아이패드를 구입한 밀로 카미(12)가 아이패드 광고판을 든 동생 라일(9)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애플의 혁신적 태블릿PC 아이패드가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식 출시됨에 따라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구도가 어떻게 진화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이 기존에 구축한 콘텐츠 환경을, 훨씬 커진 화면을 통해 제공할 뿐 아니라 전자책 서비스인 `아이북'의 날개까지 달아 한층 비상할 태세를 갖췄다.

   아이폰이 뛰어난 휴대성에 기반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아이패드는 동영상과 전자책, 기타 문서 작업 등 노트북 환경에 버금가는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출시로 자사의 콘텐츠 유통사슬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신병기'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추후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애플TV' 등과 함께 본격적인 3스크린, 혹은 4스크린 시대를 알리는 서막을 열어젖힌 첨병 역할을 자임하게 됐다.

   ◇ "언제 어디서든 최적화된 이용자 환경 제공" = 아이패드 출시는 새로운 미디어 혁명을 이끌 도화선을 제공하리란 지적이 적지 않다.

   사용자들은 이제 TV 따로, 컴퓨터 따로, 휴대기기 따로의 공급자 중심 콘텐츠 유통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어느 기기에서든 통합된 형태의 사용자 환경과 콘텐츠 이용 기반을 누릴 수 있기를 원하고 있으며, 애플의 시도는 바로 그러한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의 콘텐츠 호환과 함께 아이북을 통한 전자책 서비스, 각종 문서작업을 할 수 있는 아이워크를 통해 다목적 모바일 기기로서의 성능과 요건을 갖췄다.

   뛰어난 배터리 성능, 단순하면서도 고유한 세련미를 담은 외관과 인터페이스 등도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이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포그 칼럼니스트는 체험기를 통해 12시간 동안 영화를 연속 재생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평했다.

   ◇ 모든 콘텐츠 유통의 게이트키퍼 `야심' = 애플이 지난 2003년 4월 선보인 인터넷상의 음원 등 콘텐츠 제공 서비스인 `아이튠스'는 지난 2월말 100억회 내려받기를 달성했다.

   3년여만에 내려받기 10억회를 달성한 데 이어 다시 3년여만에 100억회에 이른 점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이제 애플은 음반에 그치지 않고, 영화 등 동영상과 서적, 신문마저 자사의 플랫폼 내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태세다.

   외신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출시 즉시 온라인 DVD 대여사이트인 넷플릭스 앱과 ABC방송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어, CBS 라디오, 만화 제공 앱인 `마블 코믹스', 온라인 매거진 제공 플랫폼인 `지니오'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소개된 바대로 아이패드는 아이북 장터를 통해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며, AP뉴스와 뉴욕타임스, BBC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뉴스콘텐츠를 각자의 앱을 통해 구현한다.

   WSJ의 경우 완전판 구독을 위해선 월 17달러의 비용을 내야 한다. 신문과 잡지 등 전통적 미디어들은 아이패드가 콘텐츠 유료화를 선도해줄 `구세주'의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던 기존의 가정용 콘솔게임기 시장 또한 아이패드가 상당 부분 잠식하게 되리란 전망이 적지 않다.

   ◇ 애플은 불완전한 개방성 지향..시장 수용이 변수 = `게이트키퍼'를 향한 애플의 야심이 오히려 다수 사업자들의 생태계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아이패드는 독자적 운용체제(OS)를 사용하며, 윈도 체제를 적용한 기존의 넷북 등과 프로그램 호환이 되지 않는다.

   또한 아이패드는 국제적 표준이 된 USB 연결도 제공하지 않으며, 키보드 등을 연결하는 방식도 자사만의 독자 방식을 고집한다.

   콘텐츠 유통 부문에서도 애플은 제한적 개방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전자책 장터인 킨들이 특정 기기에 국한하지 않는 개방성을 지닌 반면, 애플의 아이북은 오로지 아이패드에서만 작동한다.

   킨들은 누구든 전자책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아이북은 오로지 계약된 출판사들의 도서들만 판매대에 올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콘텐츠 보유업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창출했으나, 거꾸로 가격제한 정책을 통해 그간 음반업자들과 마찰을 빚은 경험도 있다.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애플의 정책이 `아이폰 탈옥'과 같은 해킹 시도를 초래한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패드의 출시와 더불어 개발자들이 애플의 앱스토어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보다 진화된 개방성을 지향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은 언제든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국내 콘텐츠 유통 구조도 변혁 불가피 = 아이패드의 충격은 이미 국내에서 전자책 출시 열풍과 콘텐츠 확보 경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전자책 제조업자인 삼성전자와 아이리버, 콘텐츠를 보유한 교보문고, 주요 출판사들, 기타 전자책 솔루션 개발자들 사이에 합종연횡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국내에서 아이패드가 출시된다고 해도 일단 국내 콘텐츠 확보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아이폰이 국내에 뒤늦게 상륙했을 때 그 파괴력을 경험한 우리로선 국내에 기반을 둔 생태계에 안주해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