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대현·문성호·민정주기자]전국적으로 교육계 비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상당수 지역 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창호(창문틀)교체 공사를 발주하면서 특정 업체의 제품을 지정, 사용토록 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교육청들은 조달청에 창호공사 입찰을 주문하면서 시방서에 특정 제품만 사용토록한 '특기시방서'를 첨부, 특정업체를 밀어줘 온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3면

5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08~2009년까지 2년간 150여억원을 들여 학교 환경개선 사업 명목으로 도내 97개 초·중학교, 1천885개 교실의 창호교체 공사를 실시했다. 이중 일부 지역 교육청은 관내 초·중학교의 창호 교체 공사를 발주하면서 부산에 소재한 창호제조업체인 H공업 제품이 획득한 실용신안과 특허번호, 제품규격까지 그대로 명시한 '특기시방서'를 시방서 뒷면에 첨부, 조달청에 경쟁입찰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낙찰받은 시공업체는 제품에 대한 선택권없이 H공업에서 창호를 일괄 구입해 해당 학교에 설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여주교육청은 지난해 관내 S초교와 B초교 분교의 노후창호 95개면의 교체 공사를 위해 조달청에 경쟁입찰을 주문하면서 시방서 뒷면에 '조립식 철제창호(창 및 창틀 포함)제작 특기 시방서'를 첨부했다. A4 4매 분량의 특기 시방서는 창호의 경우 '철제창호'로만 제한했으며, 조립식 창틀은 실용신안등록 제01652××호, 의장등록 제2259××호를 획득하고, 해당 품목의 특허를 가진 제품만 사용토록 했다. 또 조립식 창문의 경우에도 의장등록 제2259××(창문바), 의장등록 2314××(창문틀 모서리), 의장등록 2314××(창문틀 방풍구의 코너연결구) 등으로 명시했다.

확인 결과, 여주교육청이 특기시방서에 명시한 창호는 H공업에서 제품 홍보를 위해 조달청에 등록한 제품설명서에 명시된 실용신안 번호 등과 동일했다. 여주교육청의 경우 S초교와 B초교 분교 외에도 L중학교, S중학교의 창호교체 공사 발주에서도 똑같은 '특기시방서'를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수법으로 공사가 발주된 경우는 취재 결과 화성·광명 등 지역 10개 교육청 관내 19개교(407교실)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A지역교육청 창호공사를 수주했던 모 시공업체 관계자는 "시방서가 상호만 명시하지 않았을뿐 제품 홍보책자와 다를 게 없다"며 "관급공사만 10년 이상 해왔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시방서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A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철제 창호가 알루미늄보다 튼튼하다고 해서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