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해군 제2함대 천안함 침몰 사고의 여파가 한국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6·25전쟁 종전이후 전대미문의 군함 침몰 사고가 워낙 충격적인 데다, 실종 장병 44명이 함체에 갇힌채 가족들에게 귀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천안함 사건발생 이후 연일 보도경쟁을 벌이며 국민의 이목을 백령도 해상에 묶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언론, 국민의 관심이 온통 천안함에 쏠리는 바람에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외국 화물선과 충돌해 침몰한 98금양호의 실종 선원들이다.

98금양호가 침몰한 건 지난 2일 밤이다. 하지만 해경은 10일이 지난 12일에서야 실종 어부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종 어부의 가족들은 답답한 속내를 애써 참으며 정부의 조치를 기다렸다고 한다. 오죽하면 선박 인양은 필요없으니 선체수색만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겠는가. 98금양호가 당국의 요청에 의해 해군실종자 수색에 나선 사실을 상기할 때, 정부의 대응은 야속한 것이다. 정부가 사고수습 책임부서로 농림수산식품부를 선정한 것이 지난 9일이고, 장태평 농림부장관이 사망자 2명의 빈소를 찾은 게 11일이다. 그 사이 가족들은 우리 정부를 어떻게 생각했을 것인가.

정부는 98금양호 희생자들에게 고 한주호준위에 버금가게 예우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고 희생당한 생명의 가치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그런 차별이 존재한다면 어느 국민이 국가를 위해 희생할 것인가. 정부는 98금양호 침몰사건에 대해 즉각적이고 진지하게 대응했어야 옳았다. 정부 차원의 사고수습을 즉각 결정했어야 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차별없는 국가적 예우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했다.

98금양호의 인도네시아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가 우리 선원들과는 다른 점도 문제다. 관련법상 의사자 대상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보험금도 국내선원의 3분의 1만 지급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는 대한민국의 제도와 인식이 이 정도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 선원과 인도네시아 선원의 목숨이 차별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의사자에게도 국적을 따져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98금양호 희생자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의사자 관련 제도를 일제히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