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겨울 이상한파와 폭설 등으로 생선과 채소 값이 폭등해서 식탁 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농사철로 접어들고 있어 농수산식품 가격은 조만간 하락세로 반전할 것이나 예년 수준으로 안정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구제역 파동은 또 다른 변수여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물가측면에서도 불안조짐이 간취된다. 지속적인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요 원자재 가격들이 줄줄이 인상되는 때문이다. 휘발유 값은 연초에 1천500원대이던 것이 1천800원으로 올라 1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서민경제와 밀접한 경유·실내등유 등도 덩달아 뛰었다. 올 초부터 철광석·유연탄·철스크랩 등의 수입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 나머지 철제품 국내 공급가격도 한꺼번에 무려 25%나 인상되었다. 당장 건설·조선·자동차업계부터 타격을 받을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적인 과잉유동성문제까지 겹쳐 국제 원자재시장의 투기성 물량 규모는 사상 최대이다. 석유는 물론이고 아연·니켈·구리 등 비철금속시장을 중심으로 입도선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석유수요 또한 점증하는 추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2008년초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원자재 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국내경제의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만 소비재 수입액이 36조원에 달해 10년 만에 2배로 뛰었는데 향후 수입의존도 확대는 불문가지이다. 수출은 물론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압력이 커질 예정인데 하반기에는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마저 예고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작년의 2.8%보다 낮은 2.6%로 낙관하며 환율에 기대를 거는 눈치이다. 정부의 예상대로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수입물가를 잡는데 환율이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은 분명하나 과신은 금물이다. 장기간의 저금리기조에 따른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또 다른 복병이다. 자칫 풍요 속의 빈곤이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물가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