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한국에서의 '최고' 병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가발전과 국민복지 등 긍정적인 분야에서의 최고가 아니어서 그 심각성이 크다. 결핵 사망이 OECD국가 중 가장 높으며, 국민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또한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조사한 사업장 재해자수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가 건설현장으로 몇년간 바뀌지 않고 있고,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매년 그 타령이다.

올들어 지난 3월말 현재 수원·용인·화성 등 노동부 수원지청 관할 사업장내 재해자수는 1천285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성 사망사고는 모두 11건으로, 7건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현장에서의 산재 위험요인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망 사고 유형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추락이 5건으로 가장 많고, 협착·붕괴 각 1건씩으로 대부분 예방이 가능했던 원시적 사고다.

이같은 재해는 우리나라 전체의 산업재해와도 다르지 않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OECD국가의 산업재해 비교 연구보고서'에는 한국의 10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이 20.99명이다.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두번째인 멕시코보다 배이상 많다. 사람목숨을 중히 여기지 않는 사업현장의 행태가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업현장의 사고는 사소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갱폼기법의 건축공사 사고를 들 수 있다. 변동이 심한 기온을 감안하지 않고 갱폼을 무리하게 해체, 콘크리트 양생이 충분하지 않아 붕괴사고를 자초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드러난 산재사고보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산재가 더 많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와 현장이 다르고, 사고에 대한 대책은 있어도 현장에서의 사고발생은 여전히 OECD 국가 평균보다 훨씬 높다. "건설현장에 대해 집중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은 작업 중지 및 사업주에 대한 사법처리, 2명이상 사망자 발생 사업주는 구속수사를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는 수원지청 관계자의 강력한 의지가 이번에는 공수표가 아닌 '사고 최고' 국가의 오명을 벗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