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국내 노동계에 `노조 조직 슬림화'라는 구조조정 태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측이 급여를 주는 유급 노조전임자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노조가 전임자 수를 축소하거나 과거 수준을 유지하려면 스스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 규모 사업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대형 사업장의 유급 전임자 수가 더 감소하면서 직접 타격을 받게 돼 대기업 노조가 이끌어온 노동운동 방식과 패러다임에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노조에 `직격탄' =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 급여를 지급하는 관행은 1945년 해방 이후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한다는 조항은 1997년 3월 노조법 개정으로 삽입됐으며 13년 유예 끝에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사측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확정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만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면 된다.

   근면위는 의결한 타임오프 한도는 11개 구간으로 나뉘어 전임자 1인당 연간 2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 0.5명에서 최대 24명까지 부여됐다.

   또 300인 미만 사업장은 풀타임(연간 2천시간) 전임자를 기준으로 3배수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은 2배수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등 타임오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됐다.

   이에 따라 노조원 4만5천명, 전임자 220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는 2012년 6월까지 24명, 같은 해 7월부터는 18명의 전임자만 둘 수 있다.

   부여된 타임오프를 나눠 쓰더라도 2012년 6월까지 48명, 같은 해 7월부터 36명만 유급 전임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노조 전임자가 143명인 기아차는 7월 이후 19명으로, GM대우차는 91명에서 14명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16명에서 5명으로 각각 감소하게 된다.

   타임오프 한도가 적용되면 대규모 사업장 노조는 전임자 수가 대폭 줄게 돼 변화가 불가피한 셈이다.

   반면 조합원 수가 300명 미만인 중소 규모 사업장의 노조는 0.5명에서 2명까지 유급 전임자를 둘 수 있게 돼 종전과 비교해 노조 활동에 큰 타격을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노조원수 101명 이상 299명 이하 사업장의 평균 노조 전임자는 1.3명이지만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면 이들 사업장에서 1.5~2명의 전임자를 두는 것이 가능하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근면위에서 타임오프 한도가 의결된 직후 "작년 12월 노사정 합의에 따라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노조 활동은 유지하는 대신 경영계 등으로부터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기업의 전임자는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타임오프를 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타임오프 한도 결정…이해득실은 = 타임오프 한도가 설정되자 양대 노총은 법정 시한인 4월30일 자정을 넘겨 5월1일 오전 의결돼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단 양대 노총이 이번 결정을 놓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근면위나 임 장관이 설명한 대로 `하후상박' 원칙이 적용됨으로써 체감하는 파급 효과는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 중 조합원 수가 300명 미만 사업장 노조의 비율은 88%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300명 미만 사업장 비율이 7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노총과 비교하면 대규모 사업장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타임오프가 현장에 적용되면 대규모 사업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민주노총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표면적으로 "노동계의 눈치를 본 정치적 결정"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경영 활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내심 수긍하고 있다.

   경영계와 정부는 그동안 "노조의 운영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국제 관행이며 급여 지급 금지를 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방법론"이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