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서버를 무차별 해킹해 이를 매개로 대출광고 스팸메일을 보내고, 대출 신청인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중개수수료를 챙긴 대출중개업자와 해커 일당이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해커 김모(38)씨를 구속하고 대부중개업체 대표 박모(38)씨 등 6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해커 김씨에게 대출광고 스팸메일을 보내도록 지시하고, 이를 본 신청인에게 대출을 받게 해주면서 중개수수료를 받아 2007년 3월부터 최근까지 87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주요 포털사이트의 차단 조치로 스팸메일을 보낼 수 없게 되자 해커 김씨를 매월 1천만원에 대출 1건당 3만원씩의 성과수당을 주는 조건으로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사이트의 스팸메일 필터링 시스템은 특정 서버가 동시에 발송할 수 있는 메일의 수를 1천통으로 제한한다.

   이에 해커 김씨는 국내 대학과 기업체 등 관리가 부실한 홈페이지 서버 2천351개를 해킹한 뒤 악성코드를 심어 이들 서버나 서버에 등록된 회원 이름으로 한 번에 999통의 메일을 보내도록 조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보낸 스팸메일이 하루에 100만통에 달하고, 이를 보고 대출중개업자 박씨 등에게 대출을 신청한 1만5천여명이 제3금융권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 1천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출 신청자들은 주로 신용등급이 낮아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없지만 박씨 등은 제3금융권 업체끼리는 대출 성사 후 2∼3일이 지나야 개인 대출내역을 공유할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여러 업체를 동시에 이용해 고액을 대출받도록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은 이 대가로 대출 신청인으로부터 5∼15%의 불법 중개수수료를 받아왔다. 대부업법에는 대출중개업자가 대출 성사시 대출인으로부터 수수료는 못 받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은 일부 대출 신청인이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항의를 하면 깎아주기도 했으며, 아예 낼 수 없다고 버티면 몇 차례 종용을 하다 포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제3금융권을 통해 대출이 이뤄지면 제1, 제2금융권은 이 내역을 조회할 수 없는 등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는 문제점이 발견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등에 법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