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유럽발 금융위기설'의 충격파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7일)보다 10원 넘게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출발했고, 코스피지수도 1% 가까이 오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사흘만에 반등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조짐을 보였던 유럽발 충격파가 진정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 의회가 지난 7일 그리스 구제금융을 승인하고 유럽연합(EU)재무장관들이 긴급 회동을 열어 유로화 방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국제적 공조가 진전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것으로 해석해야 된다는 것.

   그러나 최근 환율과 증시의 급등락에 따른 반작용 차원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뿐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개선되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주장이다.
  
◇환율 20원 이상 급락..패닉은 일단 `진정'
서울 외환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지난 한 주 동안 36.80원이나 급등하며 1,15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초반 20원 이상 급락하며 1,130원대로 떨어졌다.

   그리스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진전됨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1.28달러대로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원화 가치 상승)을 받았다.

   특히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유럽연합(EU) 각국이 5천억 유로(한화 약 85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조성에 동의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환율은 1,133.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가 다시 소폭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지역의 재정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공조가 진전됨에 따라 시장의 공포심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으로 평가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지난주 남유럽발 악재로 금융시장은 공포감 속에 변동성 확대 국면을 나타냈다."라면서 "이번 유로존 합의 결과 등에 따라 `불안의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남유럽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은 큰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선물 관계자는 "불안심리가 진정됐지만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이 여전하고 이와 관련된 우려도 해소되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국내에서 유럽계 자금 회수 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진정국면..아직 눈치보기
증시는 급락세를 멈추고 5거래일만에 반등하는 등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시간 현재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0.55(1.25%) 오른 1,668.05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507.14로 전 거래일보다 7.43포인트(1.49%) 상승 중이다.

   국내 증시가 다소 안정을 찾은 것은 EU의 구제금융기금 조성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풀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가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성 매수세를 보이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물을 소화해내고 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유럽발 위기에 대한 우려감으로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 시간 현재 아시아 증시도 동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사흘만에 반등해 지난 주말보다 0.33% 오른 10,399.05로 출발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거래일보다 0.58% 상승세로 출발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EU의 기금 조성 합의 소식에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은 보합권에 머물며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른 4.38%를 나타내고 있으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1%포인트 내린 3.68%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감 등으로 소극적인 매매에 나서고 있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악재가 마무리되는 국면에 진입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에 대한 선호 심리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