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대북 사업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는 절차에 나서고, 북측도 대남 위협을 이어가면서 남북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정부는 대북 위탁가공업체, 경협업체들을 대상으로 제품 추가 생산과 신규 계약 유보를 권고한 데 이어 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북 사업을 보류할 것을 정부 유관부처에 요청한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정부는 또 관계 부처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사업 실태 파악에도 나섰다.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부동산 몰수·동결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예고했고, 그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기타 남북 교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번 대북사업 보류 조치는 북한의 금강산 부동산 몰수·동결과 오는 20일 예정된 천안함 침몰사건 발표를 앞두고 예비적 대응이라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관계가 엄중하고 가변적"이라며 "이에 따라 대북 리스크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예비적으로 관계 부처에 통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실질 조치는 (천안암 침몰사고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20일 근방에서 할 것인데, 정부가 구체적으로 밝히는 조치가 실질적인 조치이고, 실질적 조치는 대외 발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비적 조치라는 설명에도 대북사업 보류 요청은 남북 교류 및 협력사업의 실질적인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통일부를 제외한 정부 부처의 대북사업 예산은 약 6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부처의 대북사업과 관련한 예산 집행을 잠정 보류해 달라는 것이지만 통일부가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남북협력기금은 총 1조1천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3월 말 현재 108억원이 집행됐다.
 
   이제 관심은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관광지구 내 부동산 동결·몰수한 데 이어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관리인원까지 추방했다.
 
   또 16일에는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잇는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빌미로 "동·서해 육로 통행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위기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가는 개성공단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오는 19일 천암함이 침몰한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연평해전 동영상(1천개), 라디오(1천개), 달러(3천달러) 등을 살포하기로 해 북측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20일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대북 제재를 예고하고 있고, 전방에서의 대북 심리전 재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불허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남북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대북 조치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대북 신규사업 가운데 영·유아 등 북한 취약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 영유아 지원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1천300만달러를 지원했고, 이 사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또 이미 결정한 대북 옥수수 1만t 지원도 지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대북 신규사업 잠정 중단을 요청한 관계 부처 명단에 대한적십자사를 제외한 것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 놓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