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가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합의함에 따라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의 주5일 근무제가 기업의 주5일제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 기업이 주6일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토요 휴무에 들어
가면 수출입 대금결제를 비롯한 주요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전
반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휴일수 축소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
태에서 은행권 노사가 부분적인 임금보전을 해주는 형태로 주5일 근무에 전
격 합의를 함으로써 기업의 주5일 근무제 도입시 인건비 상승 등의 악영향
을 초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
소리를 나타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아직 주6일 근무를 하는 상태에서 은행
이 먼저 토요휴무에 들어감에 따라 기업들은 토요일에 긴급하게 결제가 필
요한 수출입 업무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자금운용 시스템 등도 바꿔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실장은 "휴일.휴가 문제 등 제도적 장치들이 주5
일 근무에 맞게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은행권 노사의 주5일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임시방편"이라며 "기업활동의 지장만 초래에
국가경제 차원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성호 상무는 "은행권 노사가 임금보전을 해주는 형태
로 주5일 근무에 합의한 것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같은 합의내용이
기업의 주5일근무제 도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 인건비 상승에 따른 기업
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금사정이 어렵고 경쟁력도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경
우 은행의 주5일 근무에 따른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홍순영상무는 "그동안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이 임
금보전 여부인데 금융권의 노사합의는 사실상 임금보전을 해주는 쪽으로 가
닥을 잡은 것이어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판단된
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의 경우 토요일에 거래행위가 많이 이뤄지는데 금융권이
휴무를 할 경우 업무적으로도 문제가 예상된다"면서 "특히 수출 등 대외업
무의 차질이 길 수 있고 사회적인 휴무 분위기에 따른 생산활동의 이완현상
과 생산성 저하 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종업원 40명 규모의 중소기업인 원창산업(경기도 화성시) 관계자는 "금융권
이 5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현실적으로 납품기일을 지키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일 수 없는 상황
에서 인건비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업계도 환 관리나 신용장 개설 등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국무역협회 임성호 차장은 "무역업체들을 대상으로 은행의 토요휴무에 따
른 파장을 조사하고 있으며 외화 매입과 국내 업체간 신용장 개설 등이 문
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이 토요일에 외화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이 쉬면 부득
이하게 월요일로 넘겨야 하고 따라서 환율이 급변하면 막대한 환차손을 입
을 수 있으며, 또한 수출을 위해 국내업체간 신용장을 개설해야 하는데 토
요일 휴무로 업무가 지연되면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 등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외환거래는 그동안에도
토요일에 거의 하지 않아 문제가 별로 없지만 회사채나 어음 등의 만기가
토요일과 겹칠경우 금요일 선결제를 하게 되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
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