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논리경쟁을 펴고 있다.

   내년에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5천180원'을, 재계는'4천110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1천70원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양측이 대치국면을 맞은 것이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안을 6월29일까지 의결해야 하는 만큼 남은 기간에 최저임금을 둘러싼 양측의 기싸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 재계 "노동생산성 등 고려 때 인상 요인 없어…동결" = 3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사용자 위원들은 28일 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 요구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2010년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처음 밝힌 이후 전체 경영계가 이를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 셈이다.

   우선 노동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지가 없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영계는 노동생산성만을 고려한다면 2011년에 적용될 적정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6.2% 삭감된 2천624원이 적절하나 여러 여건을 고려해 동결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저임금 및 단신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으며 오히려 적정 수준을 초과한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세ㆍ중소기업의 생존을 돕고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결하려면 최저임금을 동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은 연평균 9% 이상 인상되는 바람에 최저임금의 주된 적용대상인 영세ㆍ중소기업들은 지급능력이 급격히 악화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게 사용자 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최저임금 상승률은 같은 기간 전 산업 명목 임금상승률(5.9%)의 1.6배 수준이며 생계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상승률(3.1%)의 3배 이상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근로자의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2000년의 2.1%(5만4천명)에서 2010년 15.9%(250만명 이상)로 급상승한 점도 경영계의 동결 근거 중 하나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을수록 최저임금 수준이 일반 근로자 임금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높음을 의미한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경기지표가 호전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난해 워낙 안 좋았던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 노동계 "한국 최저임금 OECD 최하위권…26% 인상해야" =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6% 오른 5천180원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지난 3월 말부터 요구해왔던 노동계는 경영계 동결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1998년 한국에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작년까지 명목 최저임금은 7.33배 올랐지만 같은 기간 노동자 정액급여는 6.85배, 임금총액은 6.26배, 국내총생산은 7.57배, 국민총소득은 7.65배 올랐기 때문에 22년 동안 최저임금은 다른 경제지표와 비교해 볼 때 결코 과도하게 인상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수준 개선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지만 최저임금제는 전체 노동자 임금수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3분의 1 수준을 맴돌고 있어 저임금 노동자 생계보장이란 법적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최저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정액급여에 견줘 38.6%에 불과했고, 임금총액 대비로는 29.9%로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계속 정체 상태라는 점도 노동계가 경영계의 동결 주장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국제적인 기준과 견줘봐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밑바닥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4%)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전체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소득 수준)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노동자 비중 역시 27.6%로 가장 높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원청기업인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하도급 불공정거래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인 근로빈곤층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최저임금은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6개 시민사회ㆍ노동 단체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가 최근 야 4당에 질의해보니 이들은 "현행 최저임금 시급 4천110원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한목소리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