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혜민기자]매 맞는 노인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의정부시에 사는 이모(72)씨와 박모(68·여)씨 부부는 이혼한 아들인 이모(37)씨와 함께 살면서 수년 동안 신체적, 정신적 학대로 고통받고 있다.

이혼 후 자신의 아들까지 데리고 와 노부부에게 맡긴 이씨는 얹혀 사는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술만 마시면 자신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더구나 노부부가 밥을 못 먹도록 하는가 하면 쓸데없는 일로 폭언을 퍼붓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루가 달리 수척해지는 노부부를 안타까워 하던 이웃 주민들은 경기북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했고, 기관에서는 조사를 거쳐 지난 4일 알코올중독 등 재활치료를 위해 아들 이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면서 가정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노 부부 역시 아들의 학대로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병원에 있는 아들 걱정에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다 내 업보고, 손자에게도 아빠가 필요해 신고하지 않았다"며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05년 경기북부와 남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노인학대 건수는 300여건도 채 안 됐으나 2009년 460여건으로 폭증했으며, 올 들어서도 5월까지 벌써 230여건을 넘어 지난해 동기 사례건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노 부부처럼 자녀가 학대하더라도 자식 걱정에 이를 신고하지 않는 노인들이 많아 실제 노인학대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김준호 관장은 "전통적인 효사상 붕괴와 가족기능의 약화로 매년 노인학대 신고접수 건수가 늘어가고 있다"면서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학대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인식개선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