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저녁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 대통령의 4일 샹그릴라 안보대화 기조연설은 대(對)북한 제재를 위해 국제사회에 협조를 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천안함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공식 회부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할 유엔 결의안 채택에 동참해 달라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이 먼저 부각한 것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군사 도발'이라는 점이었다. 아웅산 폭탄테러와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등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도 환기했다.

   이는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발표가 `날조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공식적인 다자 외교행사를 통해 반박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 최대한의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또 천안함 사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북핵 문제와도 결부시켰다.

   이는 대북 제재에 다소 부정적인 중국과 소극적인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설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6자 회담 참가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이번만큼은 북한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향후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 수위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최대한 높은 수준의 대북 제재를 끌어내고자 노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저녁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메시지도 던졌다.

   무력도발 포기를 촉구하고 남북 대결이 아닌 한민족의 공동번영을 원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와 함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그랜드바겐' 수용도 재차 제의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 `북한 지도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더욱 단호하고 분명해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셈이다.

   이는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에 드리워진 무력 충돌의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이밖에 이 대통령이 6자 회담은 재개보다 그랜드바겐 타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천안함 문제를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풀어보자는 중국의 입장에 우회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은 천안함 사태 발생 전에 원래 예정됐던 외교 일정이다. 절묘하게도 대북 제재 추진 국면이라는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국제사회의 제재 참여를 호소할 절호의 장이 마련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