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인(왼쪽)이 3일 오전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 참석해 이인복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2 지선을 승리로 이끈 이광재(45)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오는 11일 항소심 결과에 따라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 위기에 놓이는 등 도백(道伯)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당선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2억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4천8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오는 11일 서울고법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 항소심 유죄 땐 '직무정지'..국회의원직과 '형평성' 논란 = 문제는 이번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이 당선자에게 금고형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지방자치법 111조 1항 3호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1일 도지사 취임 예정인 이 당선자는 취임하더라도 도지사의 직무는 정지되고 권한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만약 항소심을 거쳐 상고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확정 시에는 공무담임권 제한 규정에 따라 이 당선자는 도지사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

   즉, 정치자금법 45조와 57조, 공직선거법 18조와 19조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지방자치법 99조는 '피선거권이 없게 되면 그 직에서 퇴직한다.'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도민 54.36%의 지지를 받고 민선 5기 도지사로 등극한 이 당선자는 단 하루도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 채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 경우 도민들은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도지사를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지방자치법 111조 1항 3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은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도 대법에서 확정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자치단체장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직무가 제한돼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 도민들 "주민의 선택도 존중돼야" = 도민들은 재판 결과를 존중해야 하겠지만, 도민 스스로 뽑은 도지사의 공백을 염려하는 주민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진장철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민들이 이광재 당선자를 선택한 것은 도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도지사를 원했기 때문"이라며 "이 당선자가 도지사직을 수행하길 바라는 것이 도민의 염원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정배 강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법을 만드는 입법기구 대표를 국민이 뽑은 것처럼 도지사 당선자도 도민들이 일을 맡긴 것으로, 법 조항 때문에 형평성을 잃고 직무정지가 된다면 법의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헌법에 기초한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한 만큼 신속하게 진행돼서 도민들이 도지사를 선출한 뜻이 실현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일세 강원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의 문제와 입법정치의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고 보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야지 실정법을 뛰어넘어서 해결하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검토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 측은 "우리는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라며 "논란이 되는 형평성 문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낼지는 법률팀과 논의해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에 입문한 이후 수차례 검찰 수사를 받으며 모진 수난을 겪었던 이 당선인이 정치자금법 위반 공판이라는 마지막 역경을 딛고 도정 수반으로 자리 매김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