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기대했던 ’월드
컵 특수’는 상인들의 예상에 훨씬 미치지 못해 월드컵 매출이 실속 없
는 ’속빈 강정’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88년 올림픽 당시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이태원 상가는 지난해 9.11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 월드컵을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했
지만 매출은 소폭증가에 그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태원에서 귀금속상을 운영하는 박모(42.여)씨는 7일 “외국인들의 수가
개막전때보다 더 줄어든 것 같다”며 “그나마 있는 외국인들도 윈도 쇼핑
만 하고 발길을 돌려 가게 매출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분위기를 전했
다.
같은 거리 가방상점에서 일하는 한 점원은 “이태원은 일본인이 와야 장사
가 되는 곳인데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로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데
다 국내 경기도전국 도시에서 분산 개최되니 외국인들이 여유있게 쇼핑을
즐기지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측에 따르면 이태원상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
는 일본인 관광객은 6월에는 발길이 끊어진 상태다.
그나마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저렴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념
품 상점 정도다. ’이태원 선물코너’의 박모(41)씨는 “월드컵 개막이후
매출이 20% 정도 늘어났다”면서도 “하지만 외국인들 대부분이 1만원 이내
의 값싼 기념품만 사가고 있고 큰돈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 ’이태리안경’의 양승진(36)씨는 “월드컵을 앞두고 100을 기대했다
면 실제매출은 20정도”라며 “이쪽의 사정도 모르고 남들이 ’이태원은 신
났다더라’는 식으로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야속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남대문, 동대문등지의 재래시장들도 불황으로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남대문시장에서 건강식품점을 운영하는 강호섭(35)씨는 “외국인들은 술집
에서 술마시며TV만 보다가 돌아가는 것 같더라”면서 “이렇게 장사가 안되
기는 10년만에 처음인 것같다”고 한숨지었다.
상인들은 이같은 불황의 원인으로 세계적인 경기불황, 일본인 관광객의 급
감,실용적인 유럽 관광객의 입국, 그리고 관계 당국의 무관심을 꼽았다.
명동 밀리오레의 홍보담당자는 “재래시장이든 대형 쇼핑몰이든 월드컵 특
수로기대할 부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의 한 상인은 “중국이나 남미처럼 경제력이 크지 않은 나라들의 관
광객은돈이 없어 안사고 유럽사람들은 짠돌이처럼 물건값을 깎으려고만 드
니 장사가 되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상가지역 내에 공연장을 만들었는데 정
작 공연장에 가보면 정치인들이 나와서 유세를 하고 있더라”며 혀를 찼
다.
상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상인들이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길래 이 모
양이냐’고 원색적인 욕을 해도 할 말이 없다”며 당국의 관심을 호소했
다. <연합>연합>
월드컵 특수 저조...상인들 울상
입력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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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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