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민재·민정주기자]'월드컵 거리 응원전이 떡 본 김에 제사지내는 사람들로 더욱 흥겹다'.
월드컵 거리 응원전 현장이 미팅, 가족모임, 동창회 등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응원과 만남을 동시에 만끽하는 사람들로 메워지고 있다.
한국과 그리스전이 있던 지난 12일 오후 8시,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 30여명은 호프집에 모여들었다. 호프집 대형TV에서는 월드컵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지만 이들 모임의 진짜 목적은 이성친구 만들기였다.
회사원 박모(35)씨는 "2002년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나 결혼한 친구가 있어 나도 도전(?)해보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미팅 참가 이유를 밝혔다.
모임을 주선한 카페지기 석모(29)씨는 "응원이라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어 처음 만난 남녀도 어색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다만 그리스전이 흥미롭게 진행되는 바람에 다들 경기에 너무 집중해 4커플밖에 탄생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테니스 동호회는 아르헨티나 전이 있는 17일을 정기모임날짜로 잡았다. 여기서 동호회관련 미팅도 나누고 한국경기를 같이 응원한다는 계획이다. 회원 수가 많아 모임날짜를 잡기 힘들지만 이날 만큼은 대부분 월드컵을 시청하기 위해 다들 시간을 비워놔 오히려 날짜 맞추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수원에 사는 주부 이모(43)씨도 17일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동창회를 하기로 친구들과 약속했다. 이씨는 "10여년만에 친구들을 만나지만 함께 응원을 하면서 그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갈 것 같다"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월드컵 응원 현장에서는 가족 모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3월에 결혼한 김모(27)씨는 "지난달 결혼한 신랑과 친정 식구들이 다 같이 거리 응원에 나가기로 했다"며 "신랑이 아직 친척들과 친해지지 못했는데 흥겨운 분위기인데다 이야기거리가 끊길 염려도 없어 금세 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