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한 전 총리와 최측근 김모(여)씨에게 25일 오전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24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두 사람이 출석하면 한 전 총리가 2007년 건설업체 H사의 전 대표 한모(49.수감중)씨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받고 이를 사용, 관리하게 된 과정과 경위, 사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퇴임한 2007년 3월 이후 민주당의 고양일산갑 지구당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지구당 관리와 사무실 운영비,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자금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 전 총리는 피의자 신분이며, 최측근 김씨는 일단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한 전 총리가 현금과 달러, 수표 등의 형태로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받고 이를 관리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퇴임한 뒤 지구당 사무실을 운영할 때 사실상 `집사' 역할을 하면서 2억원을 한씨에게 되돌려주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억원의 정치자금과는 별도로 김씨가 한씨에게서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는 최근 변호인단에 자신이 한씨로부터 3억원의 정치자금을 직접 받아 2억원은 돌려주고 1억원은 보관하고 있으나 한 전 총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출석에 불응할 경우 한번 더 소환을 요구하고, 본인과 주변 인물의 조사 경과에 따라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의 액수가 크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감안해 구속영장 청구나 불구속 기소, 모든 관련자들의 조사를 마친 뒤 입장을 최종 결정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한 전 총리가 묵비권을 행사했던 `뇌물수수 의혹' 사건때와 달리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주요 혐의에 관한 진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수사한 것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충분한 만큼 야당의 거센 반발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게 낫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생물(生物)과 같아서 현재 정해진 입장은 없다"며 "수사 경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칙대로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