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기업들의 탈(脫)경기도현상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재계서열 50위권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일진그룹이 본사는 물론 주요 사업장들을 대거 충남 홍성으로 이전키로 한데다 (주)포인트엔지니어링과 LS파워세미텍, 희성피엠텍 등의 이전설이 한꺼번에 불거진 것이다. 특히 일진그룹의 이탈이 도내경제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 보인다. 임직원수 3천여명에 한해 매출액만 1조원에 이르는데 수백여 협력업체들의 연쇄이동까지 점쳐지는 때문이다. 충청남도는 일진의 유치로 1만명 이상의 고용창출과 연 2조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일진의 사업들이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의 중핵이어서 충격은 더 커 보인다. 올초 차세대 모바일사업조성지가 대구경북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도내의 수많은 관련업체들이 조만간 이삿짐을 쌀 가능성이 큰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향토기업들의 도외 이전은 새삼스런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 이래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우세해지면서 기업들의 탈경기현상이 점증했던 탓이다. 전국적인 교통 및 인터넷망 확충에다 도내 기업들을 빼가기 위한 전국 지자체들의 당근정책은 설상가상이었다. 기업이란 이윤극대화가 지상과제인지라 무턱대고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취약한 기업들의 이전이 절대다수여서 다행이다. 이전으로 인한 공백지역에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을 유치함으로써 전반적인 산업재배치가 가능한 탓이다.

그동안 민선4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첨단기업들의 대거유치 운운했으나 실투자액은 5%에 불과하고 백지화된 투자건수만 11건에 달하는 등 성적이 신통치 못하다. 반면에 향토기업들의 역외유출은 꾸준히 증가해서 최근에는 생산자본의 역외유출액이 한해 50조원을 상회하는 실정이다. 덕분에 도의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추락하는 등 거시지표들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도당국은 수도권 규제 탓만 하고 있다. 더욱 딱한 것은 기업들의 역외이전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수수방관하는 인상이다.

향후 기업들의 탈경기현상은 가속화될 예정이어서 민선 5기의 최대역점사업인 일자리창출계획이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경기도는 세종시수정안 부결에 내심 크게 기대하는 눈치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수성은 창업보다 더 중요하다 했다. 도당국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