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경인일보=]인천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이란 성장동력을 얻어 타 도시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 몸에 받았던 인천이 변화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큰 홍역을 치를 태세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수장이 바뀐 인천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큰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공·사석에서 "변화의 과정에서 거대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듯하다. 또 시장직인수위원회가 시와 산하기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그 심정을 '개과불린'(改過不吝·허물을 고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수장으로서 뭔가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 잘됐고, 잘못돼 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개선이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됐던 일들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에도 이의가 없다.

송 당선자는 인천시를 중병환자로 보고 있다.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재정악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규모 사업들이 수술대에 오를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과 재활용의 논란이 다시 달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 당선자는 시의 재정상태를 감안해 주경기장 신설과 대회개최 이후 활용방안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업추진에 급제동을 걸고 최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를 전격 방문, 문학경기장 재활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경기장 신축논란은 경제성, 활용성 외에도 남부지역과 서·북부 지역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 지역사회가 또 한번의 격랑을 넘어야 할 것 같다. 주경기장 논란(2008년 4월)에서 신축결정(2009년 1월)까지의 10개월. 그후 1년 5개월의 행정 및 보상절차 등이 원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2년의 시간을 잃게 될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 민주·민노당 등과의 연합으로 6·2 지방선거를 치렀던 송 당선자는 환경단체들이 줄곧 반대해 왔던 대규모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예고됐던 일이다.

경인아라뱃길 사업, 강화조력발전소 건설, 굴업도 개발사업, 계양산 골프장 건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CJ그룹은 최근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조성사업 철회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에서부터 구도심재생사업 등 각종 대규모 사업들은 현재 모두 중단된 상태다. 대규모 사업들에 대한 '살생부'의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아 숨죽인듯이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이 심각하다. 그동안 안 시장 체제에서 추진됐던 일들은 일단 송 당선자의 재가가 떨어져야 다시 가동이 될 전망이다. 우선 칼날이 어디에서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란 말도 나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인천은 다른 어느 곳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땅을 확보했던 건설사들은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계약파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PF사업(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진행되고 있는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각종 사업들도 자금난에 허덕이며 공사가 중단돼 있다.

올초 대우차판매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인천의 토종 전문건설업체인 진성토건에 이어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등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견실했던 중견 제조업체인 재영솔루텍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서민경제 체감도는 아직도 찬바람이 일고 있다.

변화는 단 시일 내에 이룰 수가 없다. 불확실성이 커진 인천이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안정되느냐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도 움직인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