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납치살해사건의 현장검증이 살해 현장인 경남 거창군 거창읍 당동마을 입구에서 사건 발생 8일만에 실시됐다. (연합뉴스)

   대구 여대생 납치살해사건 당시 범인의 협박 전화가 걸려온 피해자의 집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 간부가 현장에서 술을 마신 것은 물론이고 잠을 자며 코까지 골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납치 살해된 여대생 이모(26)씨의 어머니 김모(50)씨는 1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읍 당동마을 입구에서 있었던 현장검증을 참관한 뒤 기자들에게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달 23일 오전 7시 46분께 금품을 요구하는 범인의 첫 협박전화가 걸려온 뒤 집으로 찾아와 대기하고 있던 수성경찰서 최모(48) 경위가 오전 11시께 소파에 앉아 1시간가량 잠을 자며 코까지 골았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최 경위는 이어 오후 4시께 여경에게 5만원권 1장을 주고 소주 1병과 맥주 1병, 컵라면, 담배 등을 사오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내가 상을 차려줬고 최 경위는 여경을 시켜 사온 술과 집에 있던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최 경위는 전날 밤샘 당직 근무를 한 뒤 납치신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 극도로 피로한 상태여서 소파에 앉아 대기하던 중 깜박 잠이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최 경위가 술을 마신 경위에 대해서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해자 아버지와 함께 마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 경위는 오후 8시께부터 3시간가량 술을 마셨고 피해자의 아버지와 각각 소주 3-4잔씩을 마셨다. 오후 11시10분께부터 후속 근무자를 기다리며 20여분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잤다."라며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의 아버지는 "최 경위가 식사하면서 먼저 술을 먹자고 그랬다. 우릴 진정시키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평소 술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술을 못 마시지만 1잔 주기에 예의상 받았고 그는 소주 2병과 맥주를 마셨다."라고 반박했다.

   경찰과 피해자 가족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여대생 이씨가 이날 오후 10시께 살해당한 점으로 미뤄볼 때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간부가 당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씨의 한 친지는 "최 경위가 며칠 전 여경과 함께 다시 찾아와 무릎 꿇고 울며 빌고 갔다고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찰의 부실한 대처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목숨을 잃은 사람과 가족의 한이 풀리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최 경위는 사건발생 전날인 22일 오후 6시부터 수성경찰서 형사계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중 다음날인 오전 8시께 납치 신고를 접수,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경찰은 유족들의 말을 근거로 자체 감찰조사에 나섰다.